매일신문

"봉사 계속할 힘 주세요"…사랑파는 꽃가게

꽃가게 기증 안천웅(45)씨

"봉사를 계속 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꽃 좀 많이 사주세요."

경기침체로 기관, 단체, 독지가들의 자원봉사 후원금이 뚝 끊어지자 자신의 80평 신발가게 중 20평을 봉사단체가 운영할 수 있는 꽃가게로 내놓은 달구벌자원봉사단장 안천웅(45)씨. 안씨는 3년 간의 부부싸움(?) 끝에 가게 한쪽을 '달구벌 나눔 플라워'라는 이름의 꽃가게로 단원들에게 무상임대해주었다.

안씨는 "매달 50만~60만 원씩 들어오던 후원금이 지난해 말부터 뚝 끊겨 회원들의 회비로 어렵게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다"며 "벌여놓은 일도 많고 주민들의 희망사항도 점점 늘어나 운영금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게 한쪽을 내놓는 수밖에 없었다"며 계면쩍게 웃었다.

사람에게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메뉴가 없을까 고민하던 끝에 꽃을 선택했다.

동구 불로동 화훼단지에서 산세베리아, 선인장, 생화, 관엽, 숯제품 등 다양한 품목을 들여와 시중가보다 20% 정도 싼값에 팔고 있다.

봉사단원 소명자(47·여·서구 원대동)씨는 "정식 개업은 안 했지만 일주일간 꽃가게로 70만 원을 벌었는데 순이익은 5만 원도 채 안 된다"며 "단원 모두가 틈나는 대로 와서 가게를 열고 청소하며 팔고 있는데 꽃 하나 팔릴 때마다 어르신들이 밥 한끼 더 잡숫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불끈불끈 솟는 것 같다"고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92년 36명이 참가해 무료급식부터 시작한 달구벌봉사단은 요즘 8가지가 넘는 활동으로 하루하루가 바쁘다.

회원도 219명으로 늘었다.

매달 들어가는 금액만 400만 원 수준. 저소득층 무료급식 및 가옥 수리, 홀몸노인 무료이발, 생일상 차려드리기, 무료 침술·마사지, 장애인가정 목욕, 청소를 하다 보면 한 달이 훌쩍 지나간다.

환갑, 진갑이 지나서도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는 배춘자(66) 할머니는 "이 나이 먹고도 사람 도울 일을 할 수 있다는 흐뭇함이 봉사활동을 이끄는 힘이 된다"며 "꽃가게가 잘돼야 어려운 주민들을 많이 도울 수 있을 텐데 홍보 좀 많이 해주소"라며 취재진의 손을 꼭 잡았다.

안 단장은 "사람의 웃음을 먹고 사는 봉사란 자력으로 이뤄내야지 주위에 도움을 청하다 보면 진정한 봉사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줄곧 생각해 왔다"며 "우리 손길을 절실히 원하는 불우이웃이 많은데 여력이 있는 한 '쭈욱' 계속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사진 : 13년 동안 장애인가정 목욕, 청소 및 저소득층 무료급식과 가옥 수리 등 봉사활동을 펴고 있는 달구벌 자원봉사단이 후원금이 끊겨 어려움을 겪자 자신의 가게 한 켠을 봉사단의 꽃가게로 내놓은 안천웅 단장(사진 중앙)과 단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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