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잘나가던' 패스트푸드업계 최대위기

급속한 성장 급속한 침체

'슈퍼사이즈미'(Supersize me)는 햄버거업계에 직격탄이었다.

2004년은 '햄버거'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업계에게 '최악의 해'였다.

경기침체로 소비자들 지갑이 얇아진데다 '웰빙'열풍이 확산하면서 패스트푸드 소비가 큰 폭으로 줄었다.

특히 30일 동안 맥도날드 햄버거만 먹고 그 과정을 카메라에 담은 모건 스펄록 감독의 '슈퍼사이즈미'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은 햄버거를 유해성 논쟁의 한가운데로 불러들였다

맥도날드는 미국에서 판매되던 '슈퍼사이즈'라는 메뉴를 없앴지만 집중공격을 받아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었다.

사정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환경단체가 한국판 '슈퍼사이즈미' 실험을 시도하면서 '안티패스트푸드운동'에 불이 붙었고 환경단체와 패스트푸드업체 간의 비만 논란은 가열됐다.

업계는 단지 '패스트푸드'라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 것은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소비는 격감할 수밖에 없었다.

샐러드 등 웰빙 및 프리미엄 제품 메뉴 개발, 매장 고급화 등을 통해 정면돌파를 시도했지만 매출 감소에 따른 매장 폐쇄와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수는 없었다.

다양한 다국적 패밀리 레스토랑에 의한 시장 잠식으로 외식산업지도가 변화하고 있는 것도 패스트푸드업계로서는 악재가 아닐 수 없었다.

1979년 '롯데리아'가 국내에 처음으로 패스트푸드시장을 열고 외국계 패스트푸드업체로서는 처음으로 88년 맥도날드가 국내에 진출한 이후 20여 년 동안 성장만을 거듭해 온 업계로서는 견디기 힘든 환경이었다.

안티햄버거의 직격탄을 피한 KFC와 파파이스 등 치킨브랜드들도 '조류독감'이라는 복병을 만나 고전했다.

◆매출 줄고, 매장 수 줄이고=패스트푸드업계의 매출 감소는 2002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웰빙문화 확산과 반패스트푸드분위기,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심화된 것이다.

업계 1위인 롯데리아는 2003년 5천억 원에 이르렀던 매출이 지난해 4천500억 원으로 줄었다.

매장도 2002년 850개에서 지난해 839개로 줄었다.

맥도날드, kFC, 파파이스, 버거킹도 죄다 매장이 줄었다.

매장확대를 통한 외형적 성장이라는 공격적 마케팅에서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제고쪽으로 전략을 급전환한 결과다.

업계는 올해 마케팅전략도 보수적으로 바꿨다.

성장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이다.

롯데리아의 경우, 올 매출목표를 지난해와 같은 4천500억 원으로 정하고 '토종브랜드'답게 한국형 제품 개발로 파고를 넘겠다는 생각이다.

롯데리아 마케팅팀 관계자는 "3월 들어 각급 학교가 개학하면서 전달에 비해 매출이 10~15% 정도 신장됐다"면서 "인테리어 고급화 및 프리미엄급 불고기버거 같은 신제품 출시를 통해 시장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의 패스트푸드업계 불황에 대해 "패밀리 레스토랑 등 유사 외식산업의 시장 진입이 최근 2, 3년 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데다 외식산업이 세분화한 게 (패스트푸드업계에) 타격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를테면 커피전문점에서 샌드위치 등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업종 간 영역이 허물어진 것도 패스트푸드업계에는 도전이라는 것이다.

구조조정은 두산 CJ 등 외식산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각각 독립적으로 KFC와 버거킹을 운영하던 두산은 지난 연말 'C&H KOREA'라는 법인을 설립, 두 업체를 통합했다.

CJ(주)도 CJ푸드빌과 베이커리BU로 운영하던 외식산업을 개편할 것으로 알려졌다.

◆불황을 이기는 법=이 같은 구조조정과 더불어 각 업체들은 다양한 불황타개책을 마련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이 오히려 틈새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신제품 개발과 메뉴 다각화를 꾀하면서도 토종 브랜드라는 점을 고수해 햄버거시장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장기전략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매장 고급화도 불황타개전략의 하나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빨리 햄버거를 먹는다는 이미지 대신 아늑한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가족들과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컨셉을 바꾼다는 것이다.

맥도날드는 국내진출 1호점인 압구정점과 대구 동성로 2호점 등 전국 10여 개 매장 인테리어를 먼저 바꿨다.

테이블 수를 줄이고 테이블 간격을 넓히는 한편 가죽소파를 배치한 것이다.

롯데리아의 야심작은 5월 도입하는 롯데그룹 계열사를 통한 통합회원제 실시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유통 계열사와 롯데리아 TGI프라이데이 등 외식업체, 놀이시설인 롯데월드를 통합하는 멤버십제도를 도입해 고객층을 넓힌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롯데마트에서 적립한 포인트로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사거나 롯데월드에서 놀이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업체는 신메뉴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롯데리아는 불고기델리파우치를 내놓은 등 '불고기삼총사'메뉴로 기존 고객의 입맛을 지키고 한식을 응용한 신메뉴도 개발했다.

버거킹은 지난해 인기를 얻은 고가의 '프리미엄'버거 업그레이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집중공격을 받은 맥도날드는 고급 샐러드와 요거트 등으로 구성된 후레쉬플러쉬를 주력제품으로 내놓아 슈퍼사이즈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한편, 웰빙에 앞장서는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겠다고 나섰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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