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화음 대신 정겹고 흥겨운 가락과 장단으로 구성된 우리 음악이 우리 몸에 맞습니다.
"
대구 심인고교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배해근(51) 교사의 국악 예찬론이다.
배 교사는 서양 음악과 우리 음악을 두루 섭렵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계명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국악의 매력에 빠져 대구교사국악회 회장, 대구청소년국악관현악단 단장 겸 지휘자로 국악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
배 교사가 국악과 인연을 맺은 것은 첫 교편을 잡은 안동 경덕중학교 재직 시절. 1982년 안동에서 열린 국악경연대회를 보고 아이들에게 우리 것을 가르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제가 국악을 배우게 된 것은 은사였던 박기환 선생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바이올린뿐 아니라 틈틈이 국악기 연주도 들려 주었습니다.
그래서 늘 국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 풍물 연수를 받고 경덕중학교에 풍물반을 만들어 지도하다 1983년 심인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긴 배 교사는 본격적으로 국악 공부에 빠져들었다.
김수기 천왕메기 기능보유자, 권명화 살풀이 기능보유자, 송문창 공산농요 기능보유자 등 지역 국악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을 찾아가 7년여 동안 국악을 배웠다.
1996년에는 경북대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국악이론까지 공부했다.
배 교사는 이런 배움을 바탕으로 국악 저변을 넓히기 위한 활동에 뛰어들었다.
1988년 심인고에 사물놀이와 농악반을 만든 데 이어 1999년에는 취타대도 만들었다.
특히 취타대는 '제야의 종' 타종식 등 대구 중요 행사에 단골 손님으로 초대되는 등 명성을 쌓기도 했다.
그는 1991년 대구 교사 사물놀이패를 구성한 뒤 대구지역 교사들을 대상으로 국악 연수를 개최하는 등 교육 현장에 국악의 맥을 심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이런 활동이 밑거름이 돼 이듬해 30여 명의 교사들이 모여 '대구교사국악회'를 발족시켰다.
대구교사국악회는 1992년 10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창단연주회를 가진 이래 매년 정기연주회와 청소년국악제를 개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젊은이들에게 국악의 멋을 알리고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2000년 12월 초등학교 5학년 이상 고등학생 50명을 모아서 대구청소년국악관현악단도 구성했다.
대구청소년국악관현악단은 매주 토요일 남구 대명2동 대구교사국악회 사무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으며 매년 정기연주회와 특별연주회 등을 열고 있다.
그동안 말 못할 어려움도 많았다.
예산이 없어 강사료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고, 대구교사국악회도 매년 개최해 오던 스승의 날 기념연주회를 중단한 지 몇 년째다.
"가야금 유우성, 피리 유은혜, 타악 장정순, 해금 최문경, 대금 전미영씨 등이 자원봉사로 대구청소년국악관현악단을 지도해 주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습니다.
" 배 교사는 오늘날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분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지만 보답을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구청소년국악단원들 중 취미로 국악을 배우다 전공으로 전환한 학생들도 많은데 이런 꿈나무 육성에 대해 국악인들조차 무관심한 경우가 많아 아쉽다"며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힙합, 재즈 등 서양 음악이 청소년들 사이에 큰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우리 것을 배우려는 학생들도 의외로 많습니다.
대구청소년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을 보면 기특하다는 생각에 힘이 절로 솟는다"는 배 교사는 기회가 되면 국악 작곡을 공부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악관현악곡의 경우 전문연주인을 위한 곡만 있을 뿐 어린이, 청소년들이 쉽게 배우고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전무합니다.
기존의 국악관현악곡도 출판되지 않는 것이 많아 악보를 구하기 위해 국립국악원 등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는 실정"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배 교사는 대구의 모든 국악 연주단체들이 함께하는 국악축제가 열리고 대구시 청소년국악관현악단이 생겨 동남아시아 청소년들과 민속음악을 교류하는 기회도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표시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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