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발표된 일본의 2006년판 중학교용 역사 및 공민(사회)교과서 검정통과본은 현행본보다 일부 개선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상당부분 왜곡된 사실을 담고 있다.
특히 대부분이 현행 교과서의 왜곡된 내용을 답습하거나, 심지어 개악된 부분도 적지 않아 일본 정부의 역사왜곡 시정 노력을 의심케 하고 있다.
검정본을 분석한 정부와 국내 역사학계는 문제의 후소샤(扶桑社) 역사교과서에 대해 자국사의 우월함을 강조하고 침략역사를 정당화하는 기본인식을 유지한 가운데 대체로 현행본과 비슷한 수준의 왜곡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또 공민교과서와 지리교과서를 통해 독도를 자국영토로 편입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브레이크 없는 '위험한 교과서'=8개의 공민교과서 중 우익계열의 후소샤판 등 3개 교과서가 독도를 자국영토로 기재하고 있으며 지리교과서 1개도 독도를 둘러싸고 한·일간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개악했다.
역사교과서의 경우 왜곡 정도가 현행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26군데, 이미 왜곡된 현행본보다 개악되거나 새로이 왜곡한 부분도 7군데나 달했다.
그러나 왜곡된 현행본보다 일부 개선됐지만 수정이 필요한 부분과 현행본보다 개선돼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은 각각 4군데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를 종합해 보면, 분석 대상에 오른 역사·공민·지리 교과서에서△현행본보다 개악된 부분 11곳 △현행수준 왜곡부분 26곳 △일부 개선됐지만 수정필요한 부분 4곳 △개선돼 더 이상 문제가 안되는 부분 4곳 등으로 향후 수술대에 올라야 할 부분은 모두 41개 항목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 역사학자들로 구성된 교과서 분석팀과 국사편찬위원회의 분석을 바탕으로 각계 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 합동회의를 통해 도출됐다.
◇ '독도 물고 늘어지는' 공민·지리교과서=현행 교과서에는 후소샤 공민교과서만이 본문에 '다케시마는 역사적으로 우리고유의 영토'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2006년판 합격본에는 후소샤뿐 아니라 도쿄서적과 오사카서적 등 모두 3개의 공민교과서가 독도를 일본영토로 규정하는 '개악'을 단행했다.
후소샤 교과서는 2006년판 검정신청본 본문에 '다케시마는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우리 고유의 영토'라고 규정함과 동시에 앞 표지 부분에 독도 전경 화보를 싣고 '한국과 일본이 영유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다케시마'라고 주석을 달았다.
결국 본문에는 신청본을 그대로 받아들여 현행본에서 '국제법상으로도'라는 부분이 추가됐으며, 화보에는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는 다케시마'라고 표현해 검정신청본보다 더 개악됐다.
일각에서는 일 문부성이 개악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독도관련 표현이 현행본에 없던 도쿄서적과 오사카서적도 검정본에는 '시마네현 오키섬의 북서쪽에 위치한 다케시마는…일본고유의 영토', '시마네현 해역의 다케시마는 한국도 그 영유를 주장하고 있다'고 개악했다.
게다가 오사카서적은 본문 지도에서 독도를 일본영역으로 명시했다.
또 현행본에는 독도를 '잠정어업수역'으로 표기했던 일본신사서적의 지리교과서는 검정본에서 '일본영해'로 못박는 개악을 서슴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후소샤의 독도관련 기술 내용 수정은 일본 정부의 기존입장에 따른 것으로 독도관련 일본 입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며 우리 측의 이해를 구했지만, 이 같은 억지가 교과서를 통해 확산되면 일본 정부의 입장을 강화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이 같은 일본 정부의 변명은 재고할 가치가 없어 보인다.
◇역사교과서 뭐가 '개악'됐나=모두 45개의 분석항목 중 역사교과서에서 현행본보다 개악된 부분은 7곳이다.
이 중 문제의 우익계열 후소샤 교과서에서 5군데가 개악됐고, 교육출판과 시미즈(淸水)서원의 역사교과서에서 각각 1군데씩 개악됐다.
먼저 후소샤 교과서는 현행본과 달리 '조선의 근대화와 일본'이라는 제목의 별도 칼럼을 실었다.
이른 바 '조선근대화론'이란 것으로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배로 근대화됐다는 억지를 중학생이 사용하는 교과서에 버젓이 실은 것이다.
또 '중국은 구미열강의 무력에 의한 위협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고 중국에 조공했던 조선도 마찬가지'라고 기술, 조선의 자주성을 부정하고 일본의 우월성을 자랑하기 위해 이웃나라를 폄훼했다.
교과서는 '당나라에 조공했던 신라', '중국에 조공했던 조선', '중국 청조에 조공했던 조선' 등 현행본의 '정치적 영향 아래 있던'을 '조공'으로 표현을 개악했다.
게다가 '5, 6세기 야마토 조정이 조선반도의 정치에 적극 관여한 결과 조선반도를 통해 중국의 앞선 문화가 일본에 받아들여졌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한반도 제국을 속국시하는 전제를 깔고 있음을 내비쳤다.
또 국내 역사학계에서 일반적으로 황해도 일원으로 추정하고 있는 대방군의 중심지를 일본학계에서도 소수견해인 현재의 서울로 기술하고 있으며, 2세기 당시 없는 국명인 '일본'을 병기한 점도 눈에 띄는 개악 사례로 꼽혔다.
교육출판 교과서에는 일본의 계획된 침략의도에 의해 일어난 1875년 강화도 사건을 단지 '일본 군함이 강화도에 근접 측량했기 때문에 조선 포대로부터 공격을 받아 일본 측이 점령한 사건'이라고 기술, 침략의 계획성을 슬그머니 감췄다
시미즈서원 역시 교육출판과 마찬가지로 강화도 사건의 침략 의도성을 숨겼다.
◇'개선'은 가뭄에 콩 나듯=역사교과서에서 그나마 개선됐다고 평가되는 부분은 총 41개 항목 중 후소샤의 8개다.
하지만 그 중 절반인 4개만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개선했을 뿐 나머지 4개는 추가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됐다.
현행본의 '조선반도가 일본에 적대적인 대국의 지배하에 들어가면 일본을 공격하는 절호의 기지가 되어 일본은 자국 방위가 곤란해진다'는 표현을 '조선반도에 일본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이 미친 적도 있고…동향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로 일부 완화했지만 여전히 '위협론'이라는 왜곡사관에 입각해 서술했다.
또 현행본의 '친일파' 라는 표현은 삭제했지만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본받아 근대화를 추진시키려 한 김옥균 등에 의한 쿠데타'라고 기술, 한국사의 전개를 내부의 주체적 동력에 의해서가 아닌 외세에 의해 좌우된 것으로 서술함으로써 일본 식민지배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했다.
동학농민운동과 관련해서도 현행본의 '동학의 난'이라는 용어 대신 '갑오농민전쟁'이란 표현을 써 다소 개선되기는 했지만, 톈진(天津)조약에 의한 출병을 정당화해 일본의 침략적 야욕과 의도를 은폐했다는 데에는 현행본과 별다를 바 없었다.
이른바 '가미카제(神風)'에 대해서도 현행본의 '유서' 사진은 삭제됐지만 여전히 관련 사진을 싣고 있어 군국주의 사관을 조장하고 있다.
완전 시정된 부분은 △6세기 삼국 및 국제관계 △삼국 조공설 △조선사회는 문관사회 △일본정부의 조선 중립화 방안 등 4부분에 그쳤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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