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수기 개봉' 에 흥행대작 있다?

영화철 하면 흔히 여름 휴가철이나 겨울철 크리스마스 시즌을 떠올리기 마련. 하지만 이 같은 고정틀이 최근들어 급속히 깨지고 있다.

볼 만한 영화들이 때를 가리지 않고 흘러나오고 있는 것. 좋은 영화라면 성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 영화제작자들의 변이고, 아무 때고 영화관을 찾으면 마음에 드는 영화를 골라 볼 수 있어 좋다는 것은 영화팬들의 반응이다.

성수기, 비수기의 성역이 무너지고 있는 셈. 특히 대구지역에서도 단관시절이 끝나고 복합관 시대로 접어들면서 이 같은 변화에 탄력이 붙고 있다.

비수기 개봉이라는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3월 11일 개봉한 마파도는 한 달 만인 지난 10일까지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 비수기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당초 12월 말 개봉 예정이었다가 1월 말로 늦춘 뒤, 결국 3월 비수기 개봉이라는 극약 처방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결과는 대성공.

"비수기와 성수기는 일장일단이 있다.

성수기에는 좋은 작품과 경쟁을 해야 한다.

때문에 장기 상영은 힘들다.

반면 비수기는 눈에 띄는 경쟁작이 적다.

작품만 잘 만들면 비수기가 오히려 인기몰이하는 데 더 낫다"는 것이 제작사의 이야기다.

결국 "영화만 좋으면 개봉시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수기 영화 개봉은 최근 몇 년간 비수기에 개봉돼 가능성을 확인했던 '친구'(개봉일 2001년 3월 31일, 곽경택 감독, 서울기준 관객동원 268만 명), '집으로'(2002년 4월 4일 이정향 감독, 158만 명), '선생 김봉두'(2003년 3월 28일, 장규성 감독, 86만 명) 등의 흥행 성공에 힘입은바 크다.

4월 1일 같은 날 함께 개봉돼 지난주 나란히 박스 오피스 1, 2위에 오른 '주먹이 운다'(시오필름, 류승완 감독)와 '달콤한 인생'(영화사 봄, 김지운 감독)도 비슷한 경우. 비수기 화제작의 동시 개봉이라 해서 관심을 모았던 이 두 작품은 연휴가 없고 중간고사가 겹치는 악조건 속에서도 '주먹이 운다'가 개봉 10일 만에, 이어 '달콤한 인생'도 100만 관객을 동원,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비수기 영화의 선전은 외화의 경우도 마찬가지. 흥행 대작들은 대부분 여름 휴가철이나 크리스마스 연휴 시즌에 맞춰 개봉되는 것이 관례. 그러나 지금은 굳이 성수기를 기다리지 않고 있다.

외국에서는 5월 개봉됐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여름철 흥행 시즌에 맞춰 개봉돼 왔던 '스타워즈 시리즈'는 대표적인 경우. 수입사 측은 스타워즈 시리즈의 완결편인 '에피소드 3: 시스의 복수' 국내 개봉일을 미국 개봉보다 단 1주일 늦춘 5월 26일로 잡았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1: 보이지 않는 위험'은 미국에서는 1999년 5월 19일 개봉됐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6월 26일, '에피소드 2: 클론의 공격'은 미국에서는 5월 16일 개봉됐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7월 3일 개봉됐었다.

결국 수입사 측은 23년을 끌어온 스타워즈 완결편으로 이미 영화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만큼 굳이 여름시즌까지 국내 상영을 늦출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는 이에 앞서 '글래디에이터'에서 액션 대작을 선보였던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글래디에이터 류의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을 오는 5월 4일 개봉, 비수기 시장문을 두드린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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