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서면 길모퉁이에 자판기 하나가 놓여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자주 이곳을 찾곤 하는데, 이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도 함께 누리게 된다.
늘 그렇게 우연히 만나 친구가 되고,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가까운 이웃이 되기도 한다.
그때마다 '세상의 모든 일이 만남으로 시작하여 만남으로 끝을 맺는구나'하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만날 때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다짐해 보지만 헤어짐을 염두에 두지 못하는 우를 늘 범하곤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아, 얼마 만이야. 자네 글을 신문에서 잘 보고 있네." 오랫동안 소식을 몰라 궁금하던 고교 동창생의 전화를 반가운 마음으로 받고 있는데, 다른 전화가 기다리고 있다는 직원의 메모에 급하게 전화를 끊고 나니 금방 후회가 되었다.
"글은 잘 읽고 있습니다.
서로 돕고 사는 사회가 되어야지요." 이렇게 시작하는 건 대부분 어려운 사정을 하소연하면서 도움을 청하는 낯 모르는 사람들이다.
'오죽이나 답답하면 나 같은 사람에게 부탁을 할까'라는 생각을 하며 몇몇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고, 그 마음을 나누고자 그들이 보내온 물건들을 사기도 했다.
행복이란 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누군가와의 만남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동안 글을 쓰면서 수많은 세월동안 내 가슴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끼게 해주었던 숱한 인연들, 그 중에 내 기억에서 잊혀가고 있던 사람들을 글 속에서나마 다시 만나게 되었다.
지금 다시 그 사람들을 만나 새로이 시작한다 해도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괜히 안쓰럽고 후회가 됨은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하다.
이처럼 만남이란 늘 준비없이 다가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또 다른 기다림으로 이어지지만 다시 또 새로운 만남을 기대해 본다.
학산종합복지회관장 백남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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