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속반에 철퇴맞은 노점상 '이젠 갈 때도 없어요'

"단속반이 뜨면 이제 갈 곳이 없습니다.

집에 있으려니 병이 납니다.

"

27일 오후 달서구 ㄷ시장 앞. 달서구청 도시정비팀은 '신발가게 앞에 신발 파는 노점이 버젓이 있다'는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생계형 노점상들의 애끊는 목소리에 강제 조치는 하지 못한 채 계도만 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신고했던 신발가게 주인은 '왜 진작 다른 곳으로 가지 않았냐'고 목청을 높였고 노점상 부부는 '비겁하게 왜 신고하느냐'며 맞받아쳐 고성이 오갔다.

이 때 채소가게 주인(55·여)이 달려와 '당신 때문에 우리까지 장사 못하게 됐다'며 따졌고 이들 부부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미안하게 됐다'고 말한 뒤 봉고차를 타고 떠났다.

50여 명이나 되는 노점상들은 곳곳에서 아우성이었다.

10년째 노점에서 속옷장사를 하고 있는 이모(68·여)씨는 "손자들 용돈 주고 반찬값이나 좀 벌려고 하는데 당신이 먹여살려 줄 것이냐"며 원망 섞인 목소리로 항의했다.

이씨는 "지난 설 대목에도 단속 때문에 한달가량 장사를 하지 못해 병이 났다"고 털어놨다

화분, 분재 등을 팔기 위해 나온 김모(66)씨 부부는 단속반에게 버럭 화를 냈다.

김씨는 "당신들은 단속하면 끝이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화초를 싱싱하게 가꿔 차에 실은 뒤 노상에 진열해서 파는 내 마음을 알기는 하느냐"고 분노 섞인 말을 내뱉었다.

김씨는 "여기 나온 노점상들 중 넉넉하게 살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단속반은 김씨 부부에게 화분 등 물건을 돌려줄 테니 빨리 철수하라고 설득, 모든 노점상들이 2시간여 만에 간신히 철수했다.

공무원 5명, 공익근무요원 8명으로 구성된 단속팀은 올 한 해 달서구 관내를 돌며 계도장 발행 245건, 과태료 부과 86건 등의 실적을 보였다.

김재화 도시정비팀장은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수많은 노점상들을 단속하다 보면 어려운 점이 많다"며 "최근 들어 생계형 노점상들이 늘어 법대로 집행하다 보면 두 눈을 질끈 감아야 할 정도로 가슴 아플 때가 많다"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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