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호국의 달)하늘 나라로 보내는 편지

"하늘나라에 계신 아저씨. 아이스크림이 생각나는 여름이 됐습니다. 우리 학교 아이들이 기상대 관찰하는 것도, 다른 반의 감자들이 쑥쑥 자라는 것 보이시죠? 우리는 지금 행복합니다. 저희가 아저씨들이 지키신 나라를 정말 잘 보존하는지 꼭 지켜봐 주세요. 하늘 나라에서, 천국에서 우리들이 잘 하는지 보시고 행복을 주세요.

장미처럼 빨간 피를 보신 아저씨들이 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참 궁금한 것이 있어요. 6월 25일 그 잔혹스런 전쟁. 같은 동무들끼리 싸워야 했던 전쟁이 왜 생겨나게 되었어요? 북한이 왜 갑자기 쳐들어왔을까요? 꿈에서 해답 좀 가르쳐 주세요. 앗! 죄송합니다. 다시 전쟁을 떠올리게 해서요. 참 염치가 없습니다. 하늘나라에서 번창하는 우리나라, 아저씨들이 목숨 바친 우리나라 잘 지켜봐 주세요. 하늘나라에서도 건강하세요." (남송초등학교 5-3 임예지)

3일 오후 대구 남송초교 학생들이 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를 매일신문사로 보내왔다. 삐뚤삐뚤한 글씨지만 정성을 담아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갸륵한 손길이었다.

'저는 아인슈타인이나 베토벤보다 우리나라를 구한 아저씨가 더욱 존경스럽습니다.(6-3 김민지)', '지난주에 텔레비전에서 6·25 전쟁에 나가신 분들이 매일 아침마다 태극기를 다신다고 하십니다. 감동받았습니다. 우리가 자라서 누구에게도 눈치보지 않고 우리 스스로 통일을 이루어야 합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어른이 될 즈음 통일이 되겠지요? (대한민국 어린이 박윤주 올림)'

학생들은 아인슈타인보다 국가유공자를 존경한다고 했다. 통일에 대한 염원도 남달랐다. '나라를 사랑하는 영화'라는 학생은 "목숨이 2, 3개도 아닌데도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서 참 존경스럽다. 나도 내가 할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했고 '동진'이는 "만약 다음에 다른 나라들이 침범하면 수호신처럼 나타나서 우리 나라를 위기에서 극복할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다.

"아저씨, 예전에 남·북한이 평화를 얘기했어요. 그리고 지금 개성공단이라는 곳이 세워져 남북이 함께 일하면서 서로 지원하고 있고요. 남북을 연결하는 철도도 세워졌답니다. 지금은 아저씨 때문에 우리가 편하게 됐고, 아저씨가 싸우던 동족 북한도 사이좋게 지냅니다. 저는 전쟁보다 평화를 더 가꾸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 편히 주무세요. 5-4 정철윤 올림"

남송초등학교 신호성 교감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학생들이 할 수 있는 나라사랑이 어떤 것일까 고민하다 하늘에 있는 호국영령들께 편지를 쓰게 됐다"고 했다. 하늘에서도 이 글을 볼 것이란 희망으로 써내려간 부치지 못할 편지. 나라를 구한 국군 장병들께 전해지길 간절히 바란단다.

서상현기자 ss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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