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주

참외의 향기…전통문화의 멋

성주는 참외의 고장. 맛도 맛이지만 생산량도 전국 제일이다. 가는 곳마다 참외 향기가 진동한다. 성주는 또 성산가야의 옛 터전으로 곳곳에 예스런 유적과 유물들로 가득하다. 대구와 가까워 가족과 함께 한나절 보내기에 는 안성마춤인 곳이다.

# 한개마을

월항면 대산리에 있는 한개마을. 성산 이씨 집성촌으로 크고 작은 집들이 짜임새 있게 배치되어 있는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양반촌이다. 한옥보존 마을로 고택뿐만 아니라 돌담과 고샅길에서 예스런 멋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잘 다듬어서 실하게 살림살이를 하는 집도 있고 퇴락해서 기울어가는 집도 있다. 차례차례 들어가 보면 저마다의 특색이 있는 곳이다. 고택 툇마루에 슬쩍 걸터앉았거나,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다녀도 누가 뭐라 하지도, 눈여겨보지도 않는다.

북비고택. 이 집은 사도세자의 호위무관이던 이석문이 터전을 잡은 곳으로 사도세자 참사 후 세자를 사모하여 북쪽으로 사립문을 내고 평생을 은거한 충절이 깃들여 있는 곳이다. 북비고택은 좀 화려하다 싶을 정도의 외양을 갖추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한옥이 저렇게 고급스런 자태를 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다.

마을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는 하회택은 집의 규모는 적지 않은데도 아담한 분위기가 감도는 곳이다. 아마도 이 댁 노마님의 친절이 한 몫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 곱게 늙어셨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날만큼 친근감이 가는 할머니다. 이 집의 특색 중에 하나는 고방이다.

지붕을 높게 하고 돌로 두껍게 쌓아 넓게 만들어 놓은 고방은 과거 이집의 살림살이를 짐작케 한다. 벽체가 두껍다 보니 밖이 아무리 더워도 안은 서늘한데, 음식물을 보관하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없을 성 싶다. 고방 안에는 커다란 나락을 저장해두던 뒤주가 옛모습 그대로 남아있다. 안채 뒤에는 장독대간도 정갈하게 보존돼 있다.

대문 앞 회나무 두 그루가 운치를 더해주는 교리댁은 중후하면서도 단아하다. 이 집은 대문채, 사랑채, 서재, 중문채, 안채, 사당 등 건물이 독립 배치되어 있다. 서향의 대문채를 들어가면 곧바로 사랑마당이 있고, 사랑의 좌측에는 서재가 있으며 뒤에는 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사랑채 앞에는 말을 타고 내리는 상하마석(上下馬石)이 있고, 안채는 중문을 사이에 두고 사랑채와 떨어져 있다. 또 탱자나무처럼 보이는 250년 귤나무도 보인다. 기후와 풍토가 맞지 않아 탱자가 된 나무다.

마을 제일 위쪽에 있는 한주 종택은 조선 후기 성리학의 독특한 이론을 세웠던 한주 이진상의 종택이다. 이 집은 사랑채 뒤편에 멋들어진 정자를 따로 갖추고 있는 집이다. 퇴락해 가고 있으나 그 기품만은 온전히 유지되고 있는 곳이다. 정자 옆에는 작은 연못이 있다.

마을을 한바퀴 휘돌아 마지막에 이 집 정자에 올라 먼데 있는 경치를 보노라면 세상사가 잠시는 잊혀지는 듯하다. 마을 앞 안내소에 부탁하면 문화유산해설사가 친절한 안내와 함께 설명을 해준다.

# 세종대왕 왕자 태실

한개마을에서 초전면쪽으로 10여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월항면 인촌리 태봉 정상에 있는 이곳은 세종대왕의 왕자들, 수양대군을 비롯한 세종의 적서 18왕자와 왕손 단종의 태를 안장한 곳이다. 작은 동산에 있는 것 같은데도 올라보면 훤하게 사방이 트이는 조망에, 여자의 자궁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곳이다. 그만큼 아늑하고 편안하다.

태실 앞에는 각각 왕자의 비가 세워져 있다. 수양대군 앞 비석이 눈길을 끈다. 세조가 왕위에 등극한 뒤 홍윤석이 세운 비인데, 글자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돼 있다. 수양의 왕위찬탈을 미워한 백성들이 비문의 글씨를 짓문질러서 그렇게 되었다는 말이 전해온다. 태실에서 200m 떨어진 곳에 태실을 수호하는 사찰인 선석사가 있다. 들어가는 입구의 노송이 운치 있다.

# 성밖숲

성밖숲은 성주읍내 외곽에 붙어 있는 숲이다. 함양의 상림처럼 아주 오랜 옛날에 인공조림한 것으로 수령 300~500년의 왕버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2천여평의 강가 평지에 있는 고목들이 하늘을 다 가린다. 북쪽으로 1km쯤 가면 또 하나의 왕버들나무 숲이 나온다.

# 회연서원

성주읍에서 고령가는 길목인 수륜면 신정리에 위치한 회연서원은 조선중기 성리학자인 한강 정구 선생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지은 서원이다. 오래된 나무와 숲으로 둘러싸인 서원은 제법 운치가 있다. 특히 매화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강직한 정구 선생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설중매도 두어 그루 보인다. 서원 앞뜰에는 신도비가 서 있으며, 유물전시관에는 선생의 저서 및 문집의 각종 판각 등 유물, 유품이 보존되어 있다.

# 성주댐

금수면에 가면 성주댐이 있다. 댐을 끼고 도는 도로는 드라이브 길로 그만이다. 경관도 좋지만 주변 곳곳에 수몰지역 내의 문화재들이 산재해 있다. 댐관리소에서 계곡 안으로 10여km 들어가면 깎아지른 듯한 바위가 나온다. '선바우'다. 초대처럼 우뚝 솟아있다. 높이 20m는 넘어 보이는 선바우 머리에는 노송이 자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선바우 주위는 경치도 그만이어서 계곡에 발 담그고 쉬었다오면 좋을 듯하다.

# 먹을거리

'성주하면 참외'라 할 정도로 참외가 유명하다. 당도는 물론 맛과 향이 뛰어나다. 특히 사근사근한 육질은 혀끝을 살살 녹인다. 읍내 참외공판장 주위나 원두막이 설치된 곳에서 사면 성주참외를 살 수 있다.

성주댐 밑에 있는 느티나무골식당(054-931-5539)은 민물고기 매운탕이 유명한다. 민물고기에 팽이'표고버섯과 부추, 미나리 등 채소를 듬뿍 넣고 끓인 매운탕은 비린내가 안 나고 시원한 맛이 특징이다. 그리고 세종대왕 왕자태실 가기 전 마을에 있는 양지식당(054-933-8560)은 닭백숙 맛이 그만이다. 할머니가 집에서 키운 닭으로 요리를 한다.

# 찾아 가는 길

대구에서 성주 가는 국도를 타고 가다 성주읍 조금 못미쳐 왜관방면 33번 국도로 4km쯤 가다보면 큰 버드나무가 서 있는 한개마을이 나온다. 한개마을에서 성주읍쪽을 가다가 현대주유소 삼거리 왼쪽에 선석사와 세종대왕 왕자 태실로 가는 이정표가 있다. 이정표가 잘돼 있어 찾는데 별 어려움은 없다. 2일과 7일은 성주 장날이어서 시골장도 둘러볼 수 있다.

세종대왕 왕자태실. 어머니 자궁처럼 아늑한 곳이다.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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