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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데스크-'주영아 또 또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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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에멘에서 열리고 있는 20세 이하 세계 청소년축구대회는 그렇게 주목받는 대회가 아니다.

우선 그 나라의 현재 축구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성인국가대표팀 대회도 아니다

또 수준이나 열기면에서 예선을 포함해 4년 내내 지구촌을 달구는 월드컵 대회나 전 세계 톱스타들이 총 출동하는 유럽의 유명 리그와 그들의 잔치인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 UEFA컵, UEFA슈퍼컵을 따라갈 수도 없다.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대회에서 4강에 오른 때를 제외하면 본선진출 실패가 잦아 '세계 4강의 추억'을 환기시키는 대회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대회는 역대 어느 대회 때보다 국민의 관심이 높다.

그 이유가 '박주영'이라는 걸출한 스타에 있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아시아 청소년무대에 이어 국내 성인, 아시아 성인무대에서 성공을 거둔 그가 청소년대회이긴 하지만 세계 무대에서도 과연 통할 수 있을 것인지, 또 추억 속에만 있는 83년의 4강 신화를 다시 한 번 현실로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인지가 너무나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는 스위스와의 첫 경기 이틀 전인 지난 11일(하루 전은 일요일이어서 신문이 발행되지 않았음) 많은 신문들이 경기일정을 알리면서 제목을 '주영아 부탁해'라고 뽑은 데서도 알 수 있다.

물론 청소년국가대표팀 전체가 아닌 선수 개인에 대한 이러한 집중적인 관심은 '대표팀의 박주영이냐, 박주영의 대표팀이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천재적인 선수로 관심을 모았지만 안타깝게 스러진 몇몇 선수들의 예에 빗대어 그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그 우려는 곧바로 현실로 나타났다.

13일 경기에서 박주영은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아시아청소년대회, 국내프로축구대회, 2차례에 걸친 국가대표팀에서의 원정 경기 등 잇따른 대회참가로 피로가 누적된 탓이겠지만 우리가 알던 박주영이 아니었다.

3, 4명의 수비진을 쉽게 무너뜨리며 적진을 헤집어 골을 터트리던 그가 아니라 발걸음이 무겁고 드리블 시간이 길어진 한 명의 공격수를 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16강 진출의 결정적인 고비가 될 나이지리아와의 경기를 앞둔 15일. 1차전에서의 부진에도 각 신문의 제목은 역시 비슷했다.

'주영아 또 부탁해'

이는 청소년대표팀 선수 모두에게 보내는 부탁임과 동시에 '원 샷 원 킬'이라는 별명이 자연스러워진 그에게 1차전의 부진을 깨치고 나가 한국의 승리는 물론, 개인적으로는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달라는 바람이었을 게다.

그러나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 부탁은 박주영에게 힘겨운 것처럼 보였다.

1차전에 이어 전반 내내 몸이 무거워보였고 그 절정은 후반 3분 페널티킥 실축으로 이어졌다.

또 26분쯤에는 상대 수비수와의 충돌로 왼쪽 팔꿈치가 탈골되는 부상까지 입어 '박주영 신화'가 주춤하는 것처럼 보였다.

후반 44분. 참 이상하게도, 드라마라면 너무나 작위적인 설정이라며 작가를 비난할 만한 일이 다른 선수가 아닌 박주영에게 일어났다.

지난 3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예선 원정경기에서 후반 45분 극적인 동점골로 '역시'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 그 작위적 설정이 다시 일어난 것이다.

청구고 출신 박주영의 프리킥 동점골에 이은 안동고 출신 백지훈의 역전골. 그 역전골도 시작은 박주영의 발끝에서 출발된 것임은 이미 확인한 바다.

내일(18일) 밤 11시에 열리는 예선 마지막 경기인 브라질전은 비기기만 해도 16강 진출을 거의 확정지을 수 있다.

그러나 브라질은 국가대표뿐 아니라 청소년대표팀도 이 대회를 4번이나 제패했을 정도의 세계 최강이다

힘들고 또 힘들겠지만 미안하게도 TV로밖에 응원하지 못하는 국민들로서는 이 말밖에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주영아 또 또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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