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을 꿈꾸지만 선뜻 응하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생활했던 도심과 멀어지는 막연한 두려움일 터이다. 대구 도심에서도 전원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대구 도심의 전원주택지로 팔공산부근은 가창의 비슬산과 더불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때문에 대구의 전원주택들은 팔공산 산허리와 그 아랫부분을 찾아 들어오고 있다. 동구의 덕곡, 용수, 신용, 진인, 능성동과 칠곡의 기성, 남원리 등이 좋은 전원주택지이다.
이연휘(61)·박순옥(59)씨 집도 팔공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팔공산에서도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동구 미곡동은 팔공산 용소에서 흘러내리는 냇물이 휘감아 돌아가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집터이다.
이씨의 집은 짙은 화장으로 한껏 멋을 부린 다른 집들과는 모양새가 사뭇 다르다. 무질서 속의 조화를 발견한 느낌이랄까. '화장발' 없는 자연미인을 닮은 이씨의 집은 '흙속에서 살고 싶다'는 집주인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중구 대봉동에서 살던 이씨 내외가 이곳에 터전을 마련한 것은 지난 2002년.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팔공산의 정기를 받으며 흙에 묻혀 살겠다고 무작정 들어왔지요. 깨끗한 환경과 거짓이 없는 자연을 벗삼아 사는 요즘이 너무 행복해요."
이씨의 집은 여전히 공사중이다. 2천 평이 넘는 대지를 가꾸기엔 3년의 시간도 턱없이 짧았기 때문이다. "땅이 너무 넓어 정원수를 심고, 텃밭을 일구는데 엄청 많은 노력이 필요하더군요."
큰 돌이 많이 널려있는 정원인지라 인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정비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씨인지라 포크레인까지 구입해 정원 가꾸기에 뛰어들었다. 돌을 치우고, 정원수를 심고, 집 앞의 시내를 집 안으로 흘러들어오게 하는 등 대형공사도 했다. 지금도 집 주위에는 포크레인과 트랙터, 2.5t 트럭이 있어 집 분위기와 생경할 정도.
이씨의 집은 돌과 물의 천국이다. 텃밭을 일구다가 나온 돌들은 버리지 않고 모두 정원 이곳저곳에 쌓아 놓았다. 또 집 안으로 흐르는 실개울과 연못에 노니는 물고기들은 입이 딱 벌어지게 한다.
이씨 내외는 주변부터 가꾼후 집을 나중에 지었다. 보통 기거할 집을 먼저 짓고 정원과 텃밭으로 눈을 돌리지만 이들은 정반대의 생활을 했다. 대신 7평 남짓한 농막을 지어 주말별장으로 삼았다. 정원과 텃밭이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춘 뒤 2층 집을 지었단다.
박씨는 "농막에서 살며 밭을 일굴 때가 더 행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땐 하루하루 달라지는 환경이 너무 신기했어요. 성취감과 꿈이 있었지요. 지금은 집도 완성하고, 너무 커져 버려 일이 힘들어요."
고추, 참깨, 들깨, 콩, 배추, 상추 등이 살고 있는 텃밭과 사과, 복숭아, 포도, 매실, 자두, 배, 앵두 등이 주렁주렁 달리는 과실수들이 정원에 널렸다. 박씨 말대로 일도 덩달아 많아졌다.
40평 규모의 2층 집은 아담하다. 방 2개와 주방은 양쪽으로, 거실은 중앙에 놓았다. 수려한 팔공산 경치를 집안으로 모셔오기 위해서다. "밭일을 끝내고 거실에 앉아 산자락에 걸린 노을과 해를 보고 있으면 세상이 잠시 정지된 느낌이지요."
현관 앞의 테크도 이 집이 내세우는 자랑거리. 웬만한 방보다 크게 만들었다. 탁자와 흔들의자를 두니 별도의 집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원한 바람과 기막힌 경관을 벗삼아 책 한 권을 펼치면 이보다 풍요로운 삶이 또 있을까.
"내년엔 원두막을 지을 겁니다." 5년 후면 집을 완성할 것 같다는 이씨 내외의 얼굴에서 행복함을 엿볼 수 있었다.
사진=박순국편집위원 tokyo@imaeil.com
◇정용의 500자 평
복잡한 도시를 떠나 전원으로 옮겨 살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창작활동을 위해, 잃어버린 건강을 찾기 위해서, 바쁜 일상 속에 에너지 충전 방법으로 인생의 황혼기의 아름다운 정리를 위함 등이 있을 것이다. 이런 많은 이유들이 과거에는 나이가 그래도 쉰이나 예순은 넘어 생각을 했으나 지금은 훨씬 빨라지고 있다.
이연휘'박순옥씨 역시 대구시내에서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사업장에서 똑같은 생활에 권태함을 떨치기 위해 팔공산 남쪽 자락 용수동 계곡 옆에 자리를 잡았다. 여러 곳을 찾아봐도 북서풍이 1년에 반 이상 부는 대구에서는 북풍을 막아주어야 하는데 팔공산 아래 용수동은 그런 곳으로 가장 좋은 곳이라 정착했단다.
처음에는 건축이 불가능한 지역의 토지를 매입한 이유 때문에 농막을 만들어 그곳에서 대구시내 집으로 오가며 전원생활을 즐겼다. "넓은 텃밭과 신축한 큰집이 있지만 농막에서 남편과 같이 잠자고 채소를 가꿀 때가 가장 즐거웠던 같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싱그럽고, 청량한 공기를 마실 때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지요. 복잡한 시내에서 아옹다옹 했던 시간들이 아깝기 그지없습니다."
'여유로움', 전원생활을 갈망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라는 이야기다. 휘감아 돌아가는 청정한 냇물 옆에 터를 잡아 이주택지권을 이용해 주택을 신축한 방법이 좋아 보인다.
꼭 집을 짓고 싶은 곳을 정하고 신축이 불가한 상황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냇물을 마당으로 끌어들여 못을 만들고 실개울로 이어지게 한점도 아이디어다. 아쉬운 점은 욕심을 내어 넓은 토지를 갖다 보니 소일거리의 텃밭이 아니라 힘겨운 노동일이 되고 집안 곳곳에 정리가 되지 않고 지쳐 보인다.
넘치는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 한다. 전원에 살 때 텃밭의 면적은 100평 내외가 적당하다는 점을 알아 두었으면 한다.
*아름다운 집에서 향기롭게 사는 집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연락하실 번호는 053)251-1583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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