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브론테가 쓴 '폭풍의 언덕'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사랑받는 고전이다.
피가 뜨거웠던 사춘기 때 이 소설을 읽고는 사랑의 열병에 들떴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에밀리 브론테는 자신의 소설처럼 열정적으로 문학에 몰두하다가 서른 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역시 고전이 돼버린 소설 '제인 에어'를 쓴 언니 샬롯 브론테의 무릎에 안겨서 말이다.
얼마전 브론테 자매의 고향인 영국의 '하워스'라는 곳을 다녀왔다.
영국 중부 지방에 있는 아주 작은 산골 마을인데, 이 마을 사람들 절반은 브론테 집안 때문에 먹고 산다고 해도 좋을 만큼, 브론테 자매는 이 마을에서 가장 소중한 문화자산이자 관광상품이다.
샬롯과 에밀리가 살았던 생가는 브론테 박물관이 돼 있고, '폭풍의 언덕'의 무대가 된 마을 뒤편 언덕과 황량한 황무지도 이 마을 방문객들이 꼭 밟아보는 곳이 돼 있다.
하워스에 도착해서는 곧바로 황무지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거친 풀과 바위, 보랏빛 히스로 뒤덮인 황무지를 걷고 있자면 에밀리 브론테가 어떻게 '폭풍의 언덕'을 쓸 수 있었는지 짐작이 됐다.
비바람이라도 몰아치는 날이면 이 황무지는 고스란히 캐시의 망령이 떠도는 '폭풍의 언덕'이 돼버린다.
황무지를 다녀온 후 브론테 집안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었다는 맥주집에 들렀다.
그곳에서 한 영국인 부부를 만났다.
올해 예순을 넘긴 이 부부는 30년 전에 이곳에 왔었다고 한다.
'젊은 그들이 보았던 폭풍의 언덕을 인생의 황혼기에 다시 바라보면 어떨까….' 그것이 하워스를 다시 찾은 이유였다.
바에 서서 맥주를 나눠 마시며 잘 되지도 않는 영어를 써가며 브론테 자매와 그들의 작품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내 눈에 그 노부부는 너무나 아름답게 보였다.
사랑의 열정도 세월이 흐르면 식기 마련인데, 시간의 흐름을 타고 여기까지 다시 온 그들의 모습은 '고단한 세월을 함께 견뎌온 사랑의 힘'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하워스에서 나는 세가지 사랑을 보았다.
캐시와 히드클리프의 거칠고 격정에 찬 사랑 (폭풍의 언덕), 제인과 로체스터가 나눈 침묵의 사랑(제인 에어), 그리고 한 영국인 노부부가 보여준 잔잔한 호수 같은 사랑. 숙소로 돌아오는 길, 30년 후 내 모습을 떠올려봤다.
그들처럼 나도 30년 후에 하워스를 다시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슴 속에 접으면서.
대구MBC 구성작가 이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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