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로스쿨

오늘날과 같이 다원화된 사회에서 법조인의 능력이 단 한 번의 '사법시험' 합격으로 보장되는 데는 문제가 없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법조인의 자질과 능력은 평생 함양돼야 할 과제로 인식하는 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그런 차원에서 시도되고 있다. 그러나 논란이 무성한 까닭은 이에 따른 문제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도 있지만 '밥그릇 지키기'와도 무관하지는 않다. 어쨌든 사법 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의 편의 고려가 중시되는 건 옳지 않을까.

◇ 지금까지의 법조인 양성은 사법시험이라는 엄격한 장벽 통과로 소수 특권계층을 형성하는 결과를 낳아 온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게다. 사회적으로도 법률 서비스가 향상되지 않는 가운데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이른바 '고시 낭인'을 양산하는 등 문제점들이 적지 않았다. 이제야 시험 아닌 교육을 통한 법률가 양성으로 방향이 바뀌게 되는 셈이다.

◇ 2008년 문을 열게 될 로스쿨은 신입생을 뽑을 때 법학 시험을 볼 수 없게 되고, 모집 정원 중 다른 분야를 전공자와 다른 대학 출신자를 각각 3분의 1 이상 선발해야 한다. 교육부는 이런 내용의 로스쿨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을 입법 예고했다고 어제 밝혔다. 이 법률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되면 내년에 로스쿨 선정'인가로 이어지게 된다.

◇ 이 법률안에 따르면, 로스쿨은 학사학위 소지자 중 일반전형'특별전형을 통해 신입생을 뽑되 지원자의 학부 성적과 적성시험을 전형자료로 반드시 활용하고, 어학 능력'사회 활동 경력도 반영하도록 했다. 말하자면, 법학 관련 시험은 다양한 분야 전공 학생들이 법조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자는 로스쿨 도입 취지와 어긋나므로 법률가로서의 자질'소양 평가는 적성시험이면 충분하다는 시각의 소산이다.

◇ 하지만 로스쿨은 대학원 과정이나 대학 제도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으므로 신중을 거듭해야 할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 이 제도가 정착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렸고, 올해 처음 시행되는 일본에서도 벌써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로스쿨은 국민을 위한 제도가 돼야 하고, 국민의 반이 지방에 살고 있으므로 법조인의 반도 지역에서 배출되는 방법도 생각해 볼 문제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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