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웃자고 하는 얘기니까 그리 알고 들어. 옛날에 어떤 영감이 살았는데 글을 몰라. 맹탕 까막눈이야.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단 말이지. 그런데 이 영감이 며느리를 봤어. 며느리를 봐 가지고 술을 빚어 먹으려고 보니 누룩이 없거든.
"얘, 며늘아. 사돈댁에는 누룩이 있을까?"
"예, 친정에는 누룩이 있을 거예요."
"그럼 사돈한테 누룩 좀 보내라고 편지를 써야겠다."
종이하고 붓을 떡 갖다 놓고 편지를 쓰는데, 이거 원 당최 글자를 알아야 쓸 것 아닌가. 누룩이라고 '누' 자를 아나, '룩' 자를 아나. 도무지 한 글자도 모르니 어떻게 써? 붓을 들고 눈만 뒤룩뒤룩 굴리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그냥 커다랗게 동그라미 하나를 그렸어. 누룩 모양이 둥글넓적하니까 그렇게 그린 거야. 그걸 봉투에 떡 넣어 가지고 사돈한테 보냈어.
그러고 나서 며칠 있으니까 사돈한테서 답장이 왔네. 뭐라고 썼나 하고 얼른 뜯어보니까, 아니 이게 뭐야? 동그라미에 작대기를 기다랗게 꿰어 놨구나. 이쪽에서 그림편지를 보내니까 사돈도 그림으로 답장을 했나 본데, 도통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바로 보고 거꾸로 보고, 아무리 들여다봐도 모르겠거든. 하릴없이 며느리를 불러 물어 봤어.
"얘, 며늘아. 사돈한테 누룩 보내라고 동그라미 하나를 그려 보냈더니, 동그라미에 작대기를 기다랗게 꿰어서 도로 보냈구나. 이게 대체 무슨 뜻이냐?"
며느리가 편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친정아버지가 누룩을 보내기 싫어서 쭉 뻗대는군요."
이러거든. 듣고 보니 과연 그렇지 뭐야. 아, 이 영감이 그만 화가 나서 낯빛이 붉으락푸르락해졌어. 당장에 그 밑에다가 그림을 그리는데, 왼쪽에 점을 하나 찍고 오른쪽에 점을 하나 찍고, 이렇게 점 두 개를 찍었네그려. 그런데 점 하나는 붉은색이고 다른 하나는 푸른색이야. 그렇게 점 두 개를 찍어 가지고 또 사돈한테 보낸단 말이지. 그걸 보고 며느리가 물었어.
"아버님, 그 점 두 개 찍은 것은 무슨 뜻이에요?"
"얘, 보고서도 모르니? 내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는 뜻 아니냐?"
그래 놓고 며칠 있으니까 사돈이 또 답장을 보내 왔어. 얼른 뜯어보니까, 어럽쇼 이건 또 뭐냐? 젓가락 한 쌍하고 소 한 마리를 그려 놨네. 이게 또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바로 보고 거꾸로 보고, 아무리 봐도 몰라서 또 며느리를 불러 물어 봤어.
"얘, 이번에는 사돈이 젓가락 한 쌍에다 소 한 마리를 그려 보냈구나. 이게 대체 무슨 뜻이냐?"
며느리가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이제 곧 누룩이 들어오겠네요. 친정아버지가 '졌소.' 합니다."
아니나다를까, 조금 있으니까 사돈집에서 심부름꾼이 누룩 한 짝을 짊어지고 오더라네.
이게 다 참말이냐고? 글쎄, 그냥 웃자고 하는 얘기래도 그러네.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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