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入은 교육부·대학에 맡겨야

서울대 교수들이 어제 정부·여당의 2008학년도 입시안 철회 요구에'대학 자율성 침해'라고 집단 반발하면서 공개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그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번 성명서 발표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입시안을 바꿀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에 이은 집단행동이어서 서울대와 정부·여당 간의'전면전', 나아가 전국 대학들과의 갈등·대립으로까지 번지지 않을지 우려된다.

서울대교수협의회는 이번 성명서를 통해 정치권에서'전면전''초동 진압'등 군사용어가 남발되고, '손을 보아야 한다''조져야 한다'는 등의 폭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최소한의 품격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또한 '공교육은 마땅히 정상화되어야 하나 교육문제를 사회적·정치적 문제에 대처하는 수단으로 삼았기 때문에 공교육 문제가 더욱 심화됐다'고 비판, 더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를 바로잡는 데 매진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한 대학의 대학 혁신 포럼에 참석, '우리 대학이 높은 교육열 때문에 내용과 품질보다는 졸업장으로 그럭저럭 편하게 대학을 운영해왔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며, '대학이 변하고 살아야 나라가 살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도 11일부터 전국 5개 권역을 돌며 대학 입시제도 개선과 교육 격차 해소 등을 주제로'교육 선진화 지역 대토론회'를 열 움직임이라고 한다.

이 같은 힘겨루기로 2008학년도 입시안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어떤 양상으로 나아가고, 어떤 결론에 이를지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서울대교수협의회의 성명서 발표가 다른 대학들에 같은 차원의 움직임으로 번질 지는 미지수지만, 그런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이 와중에 입시를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가 좌왕우왕하고 있어 딱하기 그지없으며, 애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갈팡질팡, 불안해하는 모습은 더욱 그러하다. 대학 입시는 교육부와 대학에 맡기는 게 옳다. 정략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 정부·여당과 대학 간에 대결만 할 게 아니라 올바른 교육과 학생들을 위한 고민을 앞세워 하루빨리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