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도 예술입니다. 해외미술관 큐레이터들이 우리 아트상품을 보고는 높은 수준에 깜짝 놀라요."
복제 아티스트 김진환(46)·김경숙(44)씨의 작업실에는 고흐, 밀레, 르누아르 등 거장들의 명화가 그득하다. 마치 붓 터치가 살아있는 듯 착시현상마저 일으키게 하는 작품들은 색감과 질감까지 명화들과 꼭 닮았다. 디지털 명화제작 벤처기업인 '그리드'를 이끌고 있는 두 사람이 18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 복제미술품 전시를 열고 있다.
이들이 만난 것은 '디지털'이 아직은 낯설던 10여 년 전. 컴퓨터 그래픽으로 사진 작업을 하던 김진환씨와 컴퓨터 일러스트를 하던 김경숙씨의 만남은 곧바로 '명화 복제'로 이어졌다. 디지털의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 후 줄곧 명화 복제에 매달려왔다.
명화를 그대로 출력한 아트상품은 많지만 이처럼 색감은 물론 질감까지 살린 제품은 이들만의 트레이드마크. 그 바탕엔 기술특허까지 확보한 이들의 노력이 깔려 있다.
"명화 복제를 하기 위해선 캔버스 위에 아크릴과 흰색물감으로 밑바탕 처리를 하고 최소 10년 이상 변질이 없도록 자외선 차단제와 우레탄으로 강하게 코팅합니다. 이 과정에 특수물질을 입히는데, 이 물질이 바로 특허를 받은 우리만의 무기예요."
기계 작업을 도맡고 있는 김진환씨는 10년간의 꾸준한 연구를 통해 이 특수물질 외에도 디지털프린팅 기법 등 2건의 특허를 갖고 있다. 반면 섬세하게 색을 입히는 컴퓨터 작업은 김경숙씨의 몫이다. 수백 년 동안 세월의 흔적에 묻혀진 색채를 제대로 끄집어내기 위해 문헌조사 등을 거쳐 작가가 원래 사용했던 선명한 색을 살리는 것이다. "어떻게 색채를 되살리냐고요? 그건 나만의 '노하우'이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죠."
하지만 디지털 복제작업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다. 장비만 해도 고가인 데다 원화를 소장한 미술관으로부터 원화 필름을 받기 위해 저작권료를 지불해야 한다. 복제 미술을 아직 범죄로만 인식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이 정작 원화 앞에 섰을 때 느낌은 어떨까. "오리지널을 보니 화가 나더군요. 복제하면서 자외선 차단제 등을 너무 많이 써 30% 이상 색상이 왜곡됐고 질감도 달라졌어요. 우리 작업에서 원화를 보는 것 이상 좋은 것이 없는데 지금은 오히려 볼 필요성을 못 느낄 정도예요."
이들의 최종 목표는 훼손된 원화를 대신할 복제품을 만드는 것. 원화는 보존문제로 수십 년 후면 더 이상 공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가진 기술이면 색뿐만 아니라 붓의 질감 등 마티에르까지 완벽하게 복원해낼 자신이 있어요. 앞으로 세계적인 미술관에 원화를 재현한 복제품을 걸자고 제안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우선 아트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서양미술 400년사' 등 전시회에서 판매한 명화복제 상품은 일반인들에게도 호응을 얻었고 프랑스 랭스미술관의 관장이 직접 작업을 격려하기도 했다.
"아직 제대로된 아트 상품이 없어요. 원화를 그대로 출력한 아트 포스터가 고작인데, 이조차 모두 수입되고 있지요. 비록 복제품이지만 가정이나 학교에서 실물크기의 명화를 쉽게 접한다면 정서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두 사람이 가장 자신있게 복제할 수 있는 작품은 박수근의 그림. 갈색 톤의 색감과 화강암 질감을 살리는 것은 이들의 특기다. 앞으로도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면 이중섭, 천경자 등의 작품도 아트상품화할 계획이다. 이중섭 그림의 경우 은박지화까지 상품화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올 하반기엔 원화와 같은 사이즈에 마티에르까지 그대로 되살린 작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앞으로 10년쯤 후면 이름을 걸고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복제품을 만들 겁니다. 우리 작품이 세계적인 미술관에 걸릴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사진: 디지털 기술로 복제 아트상품을 만들고 있는 김경숙씨(왼쪽)와 김진환씨.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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