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공연이요? 미국에서는 새삼스런 게 아니에요."
3일 오후 7시쯤 수성구 파동의 한 아담한 지하 소공연장에서는 귀에 익숙한 클래식 선율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바이올린, 피아노, 트럼펫 등의 악기들이 앙상블로 때로는 솔로로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연주자들은 지난 6월 여름방학을 맞아 미국에서 잠시 귀국한 10대 남녀 조기 유학 고교생들. 6일 오후 이곳에서 정서장애 아동을 위해 열릴 예정인 '사랑의 음악회'의 젊은 주역들이다. 각자 다른 주(州) 사립고에 다니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번 여름방학 대입을 앞두고 SAT, 토플 공부를 하기 위해 대구에서 학원을 다니다 알게 된 친구들이에요." 중3 때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유학 4년차의 김재용(18·달서구 성당동)군은 여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고 했다. 김군은 코네티컷 주에 있는 초트 로즈메리 홀 사립고 12학년(고3)이다. "저희보다 먼저 친분이 있으신 어머니들끼리 연주회를 제안하셨어요. 물론 흔쾌히 따랐지요." 이들은 낮에는 그룹식으로 대입공부를 하고 밤에 이곳에 모여 연주연습을 해왔다.
버몬트주의 세인트 존스베리 아카데미에 다니는 전은한(18·중구 남산동)양은 "친구들이 유학생활을 많이 부러워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며 "미국 고3들도 거의 매일 시험과 과제물이 나오고 리더십, 봉사활동, 악기·운동을 꼭 하도록 하는 점이 다르다"고 미국 학교생활을 들려준다.
막내인 고1 김지환(16)군도 "이번 연주회에서 자신감을 갖게 되면 다음 여름에는 더 큰 연주회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번 '사랑의 음악회'는 6일 오후 7시30분 공간울림(053-765-5632)에서 열린다. 비제 '인터메조',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라벨의 '파반느', 쇼팽의 '즉흥환상곡', 멘델스존의 '봄의 노래' 등과 함께 유학중인 다른 음악 전공학생들의 연주도 이어진다.
티켓 내놓기가 부끄러워 학생들의 어머니들이 얼마 가량의 기부금을 내놨다고 했다. 모인 성금은 하양에 있는 한 정서장애아동 단체에 전달될 예정.
재용군의 어머니 김소연(50)씨는 "아이들이 자칫 이기적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 음악회가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면서 "내년에도 이런 음악회를 정기적으로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사진:대구에 사는 미국 조기유학생들이 6일 예정인 자선 음악회 준비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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