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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진, '오로라 공주'로 감독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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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했다. 그가 연출을 꿈꾼 건.

89년 대학로에 첫발을 내디딘 뒤 15여년를 연기자로 살았다. 방은진. '산부인과', '301 302' 등을 통해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그가 인생 2막을 연다. 무대는 2005년 영화 '오로라 공주'. 잔혹한 여자 연쇄살인범(엄정화)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 11월 개봉을 준비중이다.

-왜 가시밭길을 택했나.

▶스크린 속에 담긴 빛, 공간, 소리 등 다른 부분들에 관심이 생겼다. 새벽에 꾸벅꾸벅 졸면서도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스태프들을 보면서, '어떤 힘이 저들을 지탱해주는 것일까' 궁금해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자연스럽게 택한 길이었지만 멀고도 험했다. 4년 전에 '떨림'이라는 시나리오로, 2년 전에는 계부와 딸의 사랑을 다룬 '첼로'라는 시나리오로 연출 데뷔를 준비했는데 중도 포기해야 했다. 특히 '첼로' 때는 인생이 거꾸로 뒤집히는 듯 했다.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해서, 체중이 44㎏까지 떨어졌다. 감독 방은진을 믿고 기다려준 스태프들에게 미안해서 밥을 못 먹었다. 당시 "언제 (촬영) 들어가니"란 말이 듣기 싫어 사람 만나기를 꺼려했다.

-연쇄살인을 다룬 스릴러라니, 여자 감독의 데뷔작으로는 이색적인 선택이다.

▶어느 날 강우석 감독님이 '입질'이란 시나리오를 건네주시더라. 당신이 연출을 하려던 작품이었다. "검증된 감독도 아니고. 준비하던 장르도 아니고. 아끼는 시나리오를 제가 망치면 어떡합니까"라고 여쭤봤다. 그런데 '첼로' 시나리오를 보고 믿음이 생겼다고 하시더라. 한달여 간 고민을 했고, 시나리오 속 주인공의 분노를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메가폰을 잡았다.

-변덕스러운 여름 날씨와 싸워야했을 텐데. 도심 촬영이 그 어느 영화보다 많다고 들었다.

▶헌팅 때문에 애도 많이 먹었다. 내가 원하는 데서 한 곳도 찍지 못했을 정도였으니. 세트를 짓고 싶었지만,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제작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영화 중 8분짜리 매립지 신이 나오는데, 총 3억원이 들어갔다. 가슴이 덜컹덜컹 내려앉을 때가 있다.

-주인공 엄정화와의 호흡은.

▶대단히 좋았다. 시나리오를 우연히 본 엄정화씨가 여러 사람을 통해 출연 의사를 밝혀왔다. 물론 나도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굉장히 잘 봤다. 정화씨에게 맞춰서 주인공 직업을 가정주부에서 외제차 딜러로 바꿨다. 의상 피팅 또한 엄청나게 했다. 정화씨가 심지어 머리를 자를 때는 그 과정을 일일이 핸드폰으로 찍어서 나에게 보내주더라. "더 자를까요"란 문자와 함께. 날 100% 믿어주니 고마울 뿐이었다.

-가장 많이 NG가 난 장면은.

▶감정신이었는데, 서로 욕심을 내다가 38번까지 테이크 간 적 있다. 정화씨가 "한번만 더 하자"고 하면, 내가 "왜? 필름 없거덩"이라고 하다가도 다시 찍었다. 그때도 나올 듯 나올 듯 원하는 감정이 안 나오면 이번엔 내가 한번 더 하자고 나서는 식이었다.

-세심한 연출력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던데.

▶감독에게 '디테일'은 기본 아닌가. 큰 소리를 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촬영 내내 꽤나 열심히 뛰어다닌 듯 하다. 성격이 급해서 무전기 들고 이야기하다가 안되면 바로 뛰어갔으니까. 남종우 피디가 남자 감독과 여자 감독을 동시에 모시고 작품을 한 것 같다고 하더라. 평소엔 천상 여자인데, 현장에선 웬만한 남자 감독을 능가할 정도로 드세다고 하더라.

-새로운 선택을 한 당신에게 묻고 싶다. 영화란 무엇인가.

▶또 다른 세상 겪는 것이다. 내가 곧잘 "재미있잖아"란 표현을 쓰는데, 잘 산다는 게 무엇인가. 재미있게 사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를 넘어서고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는 영화는 참 매력적이다. 아 참, 굳이 안 겪어도 될 고생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하하.

스포츠조선 전상희 기자 no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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