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상하지도, 우아하지도 않고 우악스럽고 생활에 찌든 어머니의 모습은 일상에서 그리 낯선 모습이 아니다. 영화 '인어공주'에서 고두심을 통해 이런 어머니 상을 여실히 보여줬던 박흥식 감독은 신작 '사랑해 말순씨'에서도 억척스러운 어머니의 이야기를 사실감 있게 풀어낸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우리 엄마 아닌데요?'라고 외면하고픈 어머니를 둔 14세 소년 광호(이재응)다. 영화는 1980년 전후 '박정희 서거', '5·18 광주항쟁' 등으로 들끓었던 현대사의 한 귀퉁이에서 이에 못지않은 몸살을 앓으며 어른이 되는 과정을 거치는 광호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사랑해 말순씨'는 한 소년의 성장기를 통해 잊고 지냈던 따스한 감성과 웃음을 떠올리게 한다.
뽀글뽀글 절대 풀어지지 않을 것 같은 파마머리에, 맨손으로 쥐를 때려잡기도 하고 화장을 지우면 눈썹도 없는 엄마 김말순(문소리) 여사는 광호에게 부끄러움 그 자체다. 우아하기는커녕 커피를 '후루룩' 소리를 내며 마시고 동네 아줌마들과 모여 막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엄마의 모습과 달리 하숙방에 사는 은숙(윤진서) 누나는 광호의 빛나는 이상형.
누나의 고운 피부와 봉긋 솟은 가슴은 광호를 늘 설레게 한다. 세수하는 그녀를 훔쳐보고 티셔츠 사이로 보이는 뽀얀 목덜미에 자신의 팔이 닿으면 하루 종일 행복하기만 한 사춘기 소년. 영화는 14세 소년의 첫 몽정과 첫 맥주 한잔, 첫사랑 등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에피소드들을 잔잔히 엮어 놓았다.
외국으로 돈 벌러 간 남편 대신 화장품 외판원으로 억척스럽게 생계를 꾸려가는 말순 씨 역을 맡은 문소리는 영화에서 화장을 하지 않은 맨얼굴로 나오는 등 탄탄한 연기력으로 영화의 현실감을 더한다. 광호 역을 맡은 이재응 군의 여드름 가득한 얼굴과 능청스러운 연기 또한 사춘기를 겪고 있는 14세 소년의 방황을 잘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영화에서 광호가 싫어하는 동네 바보 재명이 역에 실제로 다운증후군 청년인 강민휘 씨가 출연한다는 것이다. 영화 오디션에 스스로 지원해 합격했고 매니지먼트사와 정식으로 계약해 영화배우의 길을 걷게 됐다.
영화는 밋밋하면서도 누구나 감동을 받을 만한 공통분모를 잔잔하게 끄집어내고 있다. 93분. 11월 3일 개봉. 12세 관람가.
최세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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