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이 뚫리면서 주부들의 장보기 패턴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직장 여성의 경우 지하철로 퇴근하는 길에 찬거리를 마련해 귀가하고, 나들이 삼아 도심에 나온 주부들도 시내에서 간단한 장보기를 마치고 돌아간다. 유통업체들은 지하철 개통에 따른 일종의 '호기심 효과'라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으면서도 장바구니 동선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주부 최명주(33·달서구 용산동) 씨는 요즘 시내 나들이가 잦아졌다. 일년에 서너번 만나기 힘들던 친구들을 지하철 덕분에 훨씬 자주 만난다. 수성구 시지에 사는 친구와 오전 11시쯤 반월당역에서 만나 점심 먹고 시내 구경하다가 함께 저녁 장까지 보고 집으로 돌아오면 오후 3시가 채 안된다. 최씨는 "결혼한 뒤 도심까지 나와 쇼핑하는 것은 연례행사처럼 어려웠는데 지하철 덕분에 많이 바뀌었다"며 "손에 쉽게 들고갈 정도의 간단한 장보기는 시내에서 해결한다"고 했다.
오후가 되면 반월당역에는 비닐 쇼핑백에 찬거리를 사가는 주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대부분 동아백화점 쇼핑점 푸드갤러리에서 장보기를 마친 주부들. 이곳 슈퍼마켓은 2호선 개통 이후 달서구 및 수성구 지역 주부들의 이용이 늘면서 매출액은 2.3배, 찾는 고객수는 2.7배나 늘었다. 특히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오후 시간대에는 매출이 3배, 고객수는 3.5배가 늘어났으며, 점심시간대인 12시부터 2시까지도 2.8배 가량 고객이 늘어나 식사를 주문할려는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
아예 이곳 푸드코트와 델리샵은 지하철 이용객 만남의 장소가 됐다. 인근 직장인은 물론 점심 약속을 한 주부, 젊은이들로 북적이면서 역세권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오후 2시가 넘어서면 2, 3명씩 짝을 지은 주부들이 찾는다. 주로 생식품과 공산품 등을 구매하러 온 고객들로 유기농·친환경 농산물과 과일·공산품의 구매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또 오후 6시부터는 맞벌이 주부 또는 직장인들로 다시 붐빈다. 간단한 반찬과 생필품을 산 뒤 지하철로 퇴근하려는 고객들. 푸드갤러리 송규한 부장은 "2호선 개통 이후 달서구와 수성구의 20대 후반~40대 주부 고객의 유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특히 소용량 포장상품과 유기농, 친환경 상품의 구매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고 했다.
홈플러스 성서점도 지하철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성서점과 연결된 용산역의 경우 평일 7천~8천명, 주말 1만명이 이용하는 거점. 지하철 개통 전에 비해 계산대를 통과한 고객이 1천명 가량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매출액도 직영매장은 10%, 지하철역과 연결된 임대매장은 22% 가량 상승했다. 특이한 것은 고객 연령층이 다양해졌다는 것. 종전에는 20, 30대 고객이 50%를 차지했지만 2호선 개통 이후 50~70대 고객이 1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푸드코트의 경우, 종전엔 매출에서 돈가스 등 경양식류의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엔 비빔밥 매출이 2배 정도 높아졌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은 미미하거나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대형소매점이나 인근 시장을 이용하는 주부들의 변화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며 "수성구 시지나 달서구 성서지역 주부들의 동선도 지하철에 대한 호기심이 사그러들면서 원래 패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적잖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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