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원주택을 찾아서-청도 각북면 남음전씨 집

높고 파란 가을 하늘 아래 붉게 물들고 있는 단풍. 울긋불긋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있는 가을빛 자연은 절로 사람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주말이면 너도나도 가을 단풍놀이에 나선다고 분주하지만, 남음전(78·여·청도군 각북면 오산리) 씨 가족은 그리 부산을 떨 필요도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앞에 펼쳐지는 '만산홍엽(滿山紅葉)'의 단풍들…. 집안에서 청소를 하다가, 책을 읽다가도 고개만 들면 곱디고운 붉은 산이 바로 품안으로 들어온다.

해발 580m. 비슬산 정상으로 오르는 동쪽 자락. 등산로를 따라 30분 정도 걸어 올라가면 빨간 H빔 위에 얹힌 예쁜 겨자 색 집에서 남씨와 아들 가족 등 3대가 같이 살고 있다.

"지난 6월 대구에서 이사왔어요. 바로 앞에 계곡이 있어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불 때는 대나무 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제각각이니 자연 속에 묻혀 사는 기분이 납니다."

한여름 밤에 거실의 불을 끄면 창 밖으로 앉았다 올라갔다 춤을 추는 반딧불들. 9월 중순까지도 적지만 반딧불을 볼 수 있었다고 하니 무공해 자연 속에 산다 할 만하다.

"집 주변에 밤나무가 많은데 대문이 없으니 등산 온 사람들이 마당까지 들어 와 알이 작은 산 밤을 주워가기도 합니다."

대지 약 400평에 건평이 60평이 조금 넘는 스틸 하우스. 내 집 정원처럼 산천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도록 거실 조망권을 최대한 살린 것이 이 집의 특징이다. 복층구조이지만 거실 천장 높이가 5m 정도 되도록 시원하게 트고 2층 방은 뒤쪽으로 배치했다. 커다란 거실 창 위에 까치창처럼 작고 기다란 창을 만들어 놓아 2층 복도를 따라 걸으면서도 바깥 풍경을 눈 높이에서 볼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스틸 하우스이지만 벽지보다는 나무와 황토로 구운 벽돌을 많이 쓰고, 나무로 때는 벽난로 등 곳곳에 자연 친화적인 모습이 눈에 띈다.

"매일 오전 8시 30분쯤 출근할 때 어머니를 모시고 나갑니다. 신호등도 별로 없고 역출근이다 보니 대구역까지 차로 45분 정도 하면 갑니다."

아들 이지희(56·한경레핸코 대표) 씨는 운동하고 친구 집에도 가며 볼 일을 마친 어머니를 모시고 오후 4~5시쯤 집으로 돌아오는 일을 매일같이 하고 있다. 약사인 딸 이인숙(54) 씨도 어머니의 적적함을 달래고 새 보금자리에서 빨리 안정을 찾으실 수 있도록 주말은 물론이고 주중에도 한 두 번씩 들른다고. "해발 600m 정도가 사람 몸에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이곳에서 잠을 자면 2시간 정도 더 잔 것처럼 개운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기분이 그리 상쾌할 수가 없어요."

산에 나는 버섯을 직접 키워 먹고 계곡 옆 바위틈에서 나오는 물을 끌어와 인근에 사는 6가구가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 아파트에 살면서도 직접 장을 담가 먹었던 남씨는 젊을 때부터 모으기 시작한 크고 작은 장독들을 2층 베란다에 옹기종기 옮겨다 놓고 "물 맑은 곳에서 담그는 장맛은 더 좋지 않겠느냐"며 환하게 웃음지었다.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jhchu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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