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천시 화산면 가상리 3천여 평에 자리한 영천 시안미술관(054-338-9391)을 찾으면 전 세계를 돌며 각각 비범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두 작가, 오쿠보 에이지와 차계남 씨의 작품을 한자리서 볼 수 있다. '대지예술과 섬유예술 - 오쿠보 에이지&차계남 프로젝트'로 이름 붙여진 이번 전시회는 12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차씨의 작품들은 사이잘 마를 붙여 하나의 면을 만들고, 이 면들을 다시 붙임으로써 거대한 입체형상을 만들어내는 이른바 '섬유조형'들이다. 색깔이 거의 배제된 검은 색의 거대 형체들은 홀로 서 있거나, 두서너 개씩 짝을 지어 있다. 조그만 기둥들의 조합은 거대한 피라미드의 모습을 닮아 있다. 관람객들은 전시 공간을 채우고 있는 이 검은 형체들의 '거대한 침묵'에 압도당한다. 그러나 이는 "안온하고도 내밀한, 그래서 정적 속에서도 섬세한 호흡과 리듬감이 느껴지는 침묵"이다. 색채 때문이다.
차씨에게 있어 '검은 색'이란 "가장 심오하고 지배력을 갖고 있다. 과묵하면서 또한 더할 바 없이 웅변적"이다. 보이지는 않지만 움직임을 상징하는 것이 검은 색이다. 그래서 차씨의 작품들은 안으로 닫힌 세계를 지향하는 듯하면서도 밖을 향해 열려 있다. 내부적으로 한없이 침잠하는 듯한 깊이를 담고 있지만 그 구조적 조형은 스스로 공간 밖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야외조각장에선 '대지예술가' 오쿠보 에이지(大久保英治)의 작품 '2005 영천의 시계(視界)'를 볼 수 있다. 지역의 독자적인 풍토나 역사·문화를 알리는 작품을 각지에서 제작해온 오쿠보 씨는 이번에도 영천에서 구할 수 있는 나무와 돌을 이용해 작품을 구상했다. 조각공원 뒷산의 암석과 대나무를 보고 즉석에서 선택한 재료로 작품을 설치했다.
그의 작품은 하늘의 기운(天氣)과 땅의 기운(地氣)의 순환을 나타낸다. 그루터기가 있던 자리를 덮은 돌 위로 솟아난 대나무의 집합은 양(陽)의 기운을 뿜어낸다. 그 반대편에 자리한 한 그루의 나무는 금방이라도 낙엽을 뿌리며 기운을 땅으로 쏟아낼 것만 같다. 정확하게 동서로 위치한 이 둘 사이 기(氣)의 흐름은 이어진 돌길을 통해 '환류(環流)'한다. 그 정남쪽에 위치한 또 하나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면 하늘을 향해 뻗쳐가는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오쿠보 씨의 작품은 전시 기간이 끝난 뒤에도 시안미술관에 계속 남아있을 예정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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