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교조 강경기조 유지…교원평가 험난

교원평가 저지를 위한 연가투쟁 총투표가 가결됨에 따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대 정부 강경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보여 교원평가제 실시가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원평가 협의체 협상과 강경 투쟁과정에서 학부모·교사 단체는 물론 일부 조합원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던 이수일 위원장을 비롯한 현 집행부는 이날 총투표에서 상당한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 어떻게 많은 지지 받았나 = 투표 초기에는 전교조 내부에서 조차 이번 연가투쟁에 대한 여론 악화로 찬성률이 2003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폐기 요구를위한 연가투쟁 찬성률 70%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교육부 주변에서는 심지어 투표율이 과반도 안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70%를 넘는 투표율과 높은 찬성율이 나온 가장 큰 이유는무엇보다 시·도 지부별이 아닌 분회별로 이뤄진 투표방식 때문이다.

조직의 결속력 강화를 위해 분회에서 몇 안되는 회원 교사들로 하여금 투표에참가하게끔 독려를 하면서 찬성표를 던지게 한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전교조가 벌였던 연가투쟁이 정책적 사안이었지만 이번 연가투쟁의 목적은 향후 조합원에게 금전이나 신분상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도 지지율을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누구로부터 평가받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말이 있듯이 상당수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밀접히 연관된 교원평가에 대해 여론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확고한 반대 입장을 표출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공동수업과 맞물려 전교조의 연가투쟁에 대해 몇몇 언론을 필두로 지나칠 정도의 반대여론이 조성되면서 위기의식으로 인해 오히려조합원들이 똘똘 뭉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역설적인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 강경기조 탄력…시범실시 순탄치 않을 듯 = 전교조는 총투표의 가결과 함께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으로부터 지지를 얻어냄으로써당분간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전교조 지지를 공식 선언하고 교원평가제 도입 반대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학부모인 조합원들 위주로 조직을 결성, 전교조 지지 운동에 나설 것"이라며 "조합원 학부모들은 16일에는 자녀의 학교 이름을 걸고 전교조를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공노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교육부는 교육을 시장 경쟁구도로 몰아넣으려는교원평가제도를 철회하라"고 주장하며 전교조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정부가 주장하는 교원평가제도는 교사간 경쟁을 부추겨 통제하기 위한 장치로교장 중심의 권력체계와 줄서기식 승진제도를 고착화할 것'이라고 주장해온 전교조의 입장에 전공노도 동조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한때 사면초가에 몰리며 외로운 싸움을 벌였던 전교조는 12일로 예정된연가집회를 계기로 교원평가 시범실시 저지투쟁과 김진표 교육부총리 퇴진운동도 탄력을 받아 교원평가 시범 실시는 순탄치 않을 것이란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물론 전교조 조합원들이 시범학교 선정 등을 물리적으로 저지하지는 않겠지만시범실시 과정에서 교원평가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킬 경우 일선 교원들의 거부로내년 8월 본격 실시 자체가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 연가 투쟁 집회에 얼마나 모일까 = 12일 열릴 연가 투쟁 집회에 최소 1만명이상이 참가할 것이라는 것이 전교조 집행부의 추산이다. 예전의 연가투쟁 명목은 대부분이 조합원에게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 정책적사안이었지만 이번의 경우 신분상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는 문제인 만큼 전국 초·중·고교 1만곳에서 1곳당 최소 1명 이상이 연가투쟁에 참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2003년 6월21일 열렸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폐기 요구를 위한연가 집회'에도 전국적으로 8천여명이 참여했던 점을 감안할 때 이 규모의 인력 이상이 연가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최근 16개 시·도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단체행동권이 없는교원노조의 조합원들이 근무시간 중 교원단체에서 개최하는 집회에 참여할 경우 국가공무원법 및 교원노조법 위반"이라고 밝히는 등 강경 대응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연가투쟁 참여 인원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교조가 1999년 합법화 이후 최근까지 7차례 연가투쟁을 벌일 때마다교육부는 중징계를 하겠다는 협박성 엄포를 했지만 연가집회에 참여한 교원들은 불문경고 조치밖에 받지 않는 등 매번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교육당국의 대응방침이 이번에는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 일선 학교 수업에 지장 없나 = 전교조는 조합원으로 있는 일선 학교 교사들이 연가투쟁에 참여하더라도 수업에는 지장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중등교사의 경우에는 토요일에 수업을 1∼3개 하는데 이날 연가를 낼 교사들은 그렇지 않은 다른 교사와 수업시간을 맞바꾼 후 앞당겨 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교사들이 결근을 하게 되면 수업 교과 전담교사들이 수업을 진행한다"며 "따라서 초등학교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수업교과 전담교사들이 연가투쟁에 참여할 교사 대신 수업에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역대 전교조가 벌였던 연가투쟁에서도 일선 학교현장에서 수업차질이 빚어진 사례는 드물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것이 전교조의 주장이다.

그러나 어쨌든 교원평가제 실시 문제를 놓고 교원과 학부모, 시민단체 간 서로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데다 전교조의 연가투쟁이 강행되면서 결국에는 학생들에게좋지 않은 상처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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