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까지 진행한 대법관 인사청문회 대상자 3명이 토씨까지 똑같은 '붕어빵 서면 답변'을 제출한 것은 '국회 무시'다. 이런 형식적이고 불성실한 답변 태도는 곧바로 '국민 무시'다.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9일 김황식, 10일 박시환, 11일 김지형 순으로 국회 청문회에 나온 후보자 3명은 모두 7개의 질의에서 서면 답변이 동일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사법부 과거사 청산에 대한 입장'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간통제 폐지' 등에 대한 '모범답안' 하나를 놓고 똑같이 베꼈다는 얘기다.
이용훈 새 대법원장의 첫 작품인 대법관 3인의 각자 소신과 견해를 알고자 하는 국민의 기대가 멋쩍게 된 셈이다. 청문회는 후보자 개인의 최고 법관직 수행에 필요한 도덕성을 따져 보는 것 못잖게 그들의 가치관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그들은 앞으로 사회적 주요 이슈와 국민의 복잡다기한 이해 충돌에 대해 최종적으로 가치 판단을 내릴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후보자들은 자신의 세계관과 소신을 국민 앞에 밝힐 의무감에 충실했어야 했다.
이런 식으로 청문회 답변을 서로 '표절'이나 하는 대법관 이미지를 가지고 국민의 신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러잖아도 정권과의 코드 인사 비판이 가시지 않는 판이다. 이 대법원장이 이들을 제청한 사유로 밝힌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도 미심쩍게 만들었다. 누가 진보이며, 누가 보수 성향인가. 당장 "재판도 이런 식으로 똑같이 찍어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후보자들은 "질문이 많다 보니 저지른 실수"라고 해명하지만, 최고 법관의 자세로서는 군색할 뿐이다. 대법관은 국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막중한 자리다. 그 때문에 성실하고 엄정한 검증을 주문하고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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