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스포츠가 도시를 부흥시킨다

박지성이 뛰고 있는 영국의 세계적 축구 명문 구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6만5천여 명을 수용하는 올드 트래포드 전용구장을 갖고 있다. 최근 벌어진 첼시 같은 강팀과의 큰 경기가 아니더라도 올드 트래포드 구장에는 관중들이 거의 만원을 이루는데 6만여 명의 관중들이 홈팀을 응원하는 모습은 하나의 장관을 이룬다.

유럽축구 마니아이자 축구 해설위원인 서형욱 씨의 저서 '유럽축구 기행'에 따르면 축구가 생활의 일부분처럼 돼 있는 유럽, 특히 축구에 대한 애정이 뜨거운 영국에서 축구장의 풍경은 매우 흥미롭다. 올드 트래포드 구장의 경우 6만여 명의 관중들이 토해내는 소음은 홈팀 선수들의 피를 뜨겁게 달구고 원정팀 선수들을 주눅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영국의 축구 관중들은 일사불란한 응원을 펼치기보다 누군가가 홈팀을 응원하거나 원정팀을 야유하는 노래를 부르면 모두가 따라 부르는 식인데 축구 선수들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관중들에게도 더 뜨거운 열기를 불러 일으킨다. 노래를 부르지 않는 경우에도 관중들이 쉴 새 없이 홈팀을 응원하거나 상대 팀을 야유하면서 거대한 소음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도 경험한 적이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대회때 한국의 태극전사들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4강의 위업을 달성했고 그들이 불굴의 모습을 보인 데에는 경기장을 꽉 메운 '붉은 악마'와 관중, 거리 응원에 나선 국민들의 성원도 한몫했다. 당시 우리는 월드컵 4강이라는 성과도 성과지만 전 국민 모두가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자존심이 높아지는 놀라운 현상을 경험했다. 이렇듯 스포츠는 단순하게 즐기는 분야를 넘어서 정신적 상승감을 불러 일으키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구 시민들은 오랜 기간 경제 침체로 인해 정신적으로 침울한 상황을 겪어오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구 경제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산업계획이 진행 중인데 스포츠 발전을 통해 도시를 살릴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자.

스포츠가 발전하려면 스포츠 인프라의 구축이 전제되어야 한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우승했지만 1만2천여 명밖에 수용할 수 없는 대구 야구장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3만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야구장 건설 문제가 최근 본지를 통해 제기됐을 때 독자들과 네티즌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대구의 많은 야구팬들과 시민들이 좋은 야구장에서 야구를 즐기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새 야구장 건설은 해묵은 과제인데 대구시와 삼성 라이온즈는 좀 더 열정을 갖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축구장도 마찬가지이다. 대구월드컵경기장은 외관상 매우 훌륭해 보이나 이 경기장은 사실 2003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위해 준비된 종합경기장으로 축구 경기에는 적합지 않다. 올드 트래포드 구장처럼 6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긴 하지만 축구장과 관중석 사이에 육상 트랙이 넓은 공간을 차지하면서 선수들과 관중들의 일체감을 방해하는 경기장이다. 경기장 활용을 위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고자 애쓰고 있는데 이와는 별도로 전용축구장 건설을 새로운 과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새 전용축구 경기장을 만들려면 비용이 만만찮으니 월드컵경기장 옆 보조구장에 관중석을 설치하는 방안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시민구단인 대구FC가 전용축구장에서 경기하게 된다면 더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고 대구 시민들과 일체감을 이루면서 대구 시민들에게 정신적 상승감을 안겨줄 수 있다. 대구시와 대구FC의 이사들은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축구와 야구 등의 대표적 스포츠를 발전시키는 것은 단순히 정신을 고양시키는 데 머물지 않는다. 관중들이 경기장을 많이 찾게 되면 스포츠 산업의 발전을 불러올 수 있다. 티 셔츠 제작, 기념품 판매 등이 늘어나면 관련 업체들도 활기를 띠게 되기 때문이다. 영국의 대표적 도시들인 맨체스터나 리버풀은 축구 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도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대구가 스포츠를 통해 도시의 발전을 이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당장 어려워 보이지만 국내 스포츠산업의 발전과 연계될 경우 그 시기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앞당겨질 수도 있다.

김지석 스포츠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