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은 뭐가 문제일까. 대부분 사람이 농사를 지어선 소득이 낮다는 점을 꼽는다. 일본과 비슷하면서도 큰 차이가 있다. 일본 농민들도 쌀 개방에 맞서 시위도 벌이며 반대 투쟁을 한다. 그러나 일본 농민은 한 해 정도 쌀을 팔지 않아도 굶거나 견디지 못할 정도로 쪼들리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 농민은 한 해 농사를 망치면 당장 생존이 급해진다. 농민들에게 펼쳐질 사회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통가공식품협회 자회사인 (주)한국전통가공식품 황해룡(黃海龍·51) 대표는 가공식품 마케팅 전문가다. 1천여 개 회원사가 우리 농산물로 만든 가공식품 판매를 위해 세운 회사다. 공동 브랜드도 구상 중이다. 그의 명함 뒷면에는 물레방아 그림이 새겨져 있다. 농림부가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만든 식품을 인증하는 표시다.
전통가공식품의 판매는 아직 부진하다. 시장 진입이 어렵다. 가격경쟁력이 딸리는 탓이다. 중국산 원재료를 이용한 상품과 비교하면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래서 우리 농업기술을 배워 생산한 북한산 농산물을 쓰는 방법도 연구한다.
일반인에게 전통식품의 인식은 무겁고 어둡다. '우리 것'이란 이미지를 빼면 좋은 게 별로 없다. 그래서 전통식품도 음식처럼 퓨전화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입맛의 변화도 살펴야 한다. 된장에 청국장을 섞어 맛을 변화시키면 훨씬 많은 이가 찾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전통식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농심을 버리지 않는다. 생각을 바꿀 돈과 마음의 여유도 없다. 상품 바코드가 없는 것도 적잖고 규격화에 뒤진다. 홍보는 걸음마 수준이다. 그래서 최근 매스컴 종사자를 포함한 포럼을 구성했다. 우리 전통가공식품의 홍보를 도와 달라는 취지에서다.
전통식품 판매는 명절 대목 위주다. 그런 대목 판매를 일년내내 이어지게 하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아직은 직거래 장터를 여는 데 그치지만 내년쯤이면 인터넷을 이용한 판매망 구축이 가능하다고 내다본다.
전통식품의 판매에는 애향심도 필요하다. 민속주의 경우 일본은 시장 점유율이 30%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는 2% 수준이다. 내고향 사람들부터 고향 술을 마셔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보는 전통식품의 미래는 밝다. 사람들이 건강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건강에는 좋은 음식과 운동이 필수다. 좋은 음식을 먹어야 건강을 유지한다는 생각이 없어지지 않는 한 전통식품의 생명은 무한하게 이어진다.
예천 출신으로 대창 중고를 거쳐 서울 시립대 원예과를 나왔다. 졸업 후에는 서울 우면동에서 원예농사를 짓기도 했다. 그러다 농업 관련 신문사에 들어가 편집국장을 했다. 1년여간 일본 연수시절 관광농업을 배워 국내에 소개했다. 농업 정보제공팀을 운영, 성주군에 팩스 103대를 깔아두고 매일 서울 도매시장의 가격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농수산 홈쇼핑도 그의 머리에서 출발했다.
등산을 빼면 별다른 취미도 없다. 향우회나 동창회 등 모임에도 잘 나가지 않는다.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는 데다 다른 데 눈 돌릴 새가 없다. 고향 예천이 변화에 더딘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변화하지 않고서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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