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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대지에 뿌리내리고

검은 혈맥으로 흘러 왔지

상처 같은 세월 나란히 베고 누워

달빛 따라 쉼 없이 은륜을 굴려 왔지

한 뼘 거리에 그대를 두고도

차마 범할 수 없었던,

육중한 무게에 압사 당한

두 줄기 그리움

먼 기적 소리 흩날리며

사람 사는 마을 굽이굽이 돌아 왔지

김철향(1961~ ) '철길의 여정2'

시인은 세상의 그 어떤 사물로서도 인간과 사물의 근본을 설명해낼 수 있습니다. 시를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 삶은 아름답고 풍부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거칠고 사나워지기 쉬운 인간의 마음 가꾸기로 시 쓰기보다 더 적절한 수단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시는 현재 철도기관사로 근무 중인 한 시인의 작품입니다. 그는 열차의 생리와 그 존재성에 대하여 늘 진지하게 사색하고 있습니다. 그의 시는 대체로 이런 사색의 결과로 얻어낸 것이 많습니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영원히 평행선으로 달리지 않으면 안 될 두 가닥 철길의 운명과 그 위를 육중한 무게로 달리는 열차의 존재성을 통하여 인간의 삶을 독자들에게 일깨워주고자 합니다.

나의 열차는 지금쯤 어디를 달리고 있는지요?

여러분의 열차는 또 지금쯤 인생의 어느 역을 통과해 가고 있는지요?

우리가 탄 열차는 기적소리를 울리며 거침없이 어느 황량한 구간을 달려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 그 질주는 시작도 끝도 없습니다. 하지만 잠시 짬을 내어 열차의 하중을 떠받치고 있는 두 가닥 철길에 대하여 곰곰이 성찰해 보는 저녁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동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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