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국비 보조금 집행 난맥상 바로잡아야

연말이 다가오면서 자치단체마다 쓰고 남은 국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멀쩡한 보도 블록을 갈아 끼운다거나 계획에도 없던 도로 덧씌우기 사업을 급작스럽게 발주하는 건 바로 남아도는 예산을 쓰기 위해서다.

말이 주민숙원사업이지 속내를 들여다 보면 예산 편성에서 집행에 이르는 전 과정의 난맥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감사원이 5대 시·도를 대상으로 국고보조사업을 표본 조사한 결과 실제 집행된 예산은 전체의 45%에 불과할 정도였다.

나머지 예산은 연내에 부랴부랴 쓰거나 불용처리예산으로 국고에 귀속시켜야 한다. 지자체들로서는 따놓은 예산도 남기느냐는 비난을 받을 게 뻔해 없는 사업도 만들어가며 예산을 집행하는 게 지금까지의 관례다.

이러니 정책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외국인무료진료사업에서 보듯 정부 돈을 타다가 집행은 하지 않은 채 움켜쥐고 있는 지자체나 면밀한 검토없이 보조금을 내려보낸 정부 모두 책임을 면키는 어려울 것이다.

올해는 특히 내수 진작과 경기활성화 차원에서 서둘러 예산을 책정했으나 명분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셈이 됐다. 결국 예산편성의 적정성을 기하지 못했다는 증거다. 일부에서는 빚을 내 추경을 세우고 이면에서는 국비가 남아 이월시키는 불합리한 예산운용방식이 지속돼선 안 된다.

무엇보다 보조금은 금고에 쌓아두는 한이 있더라도 타놓고 보자는 식의 그릇된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 예산편성권자의 안일한 자세에 메스를 가할 필요가 있다. 국고보조금 집행관행에 대해서도 새롭게 틀을 짜야 한다.

은두성(대구시 북구 검단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