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초등학교 4학년인 아이가 내성적이라 이번 겨울방학 때 캠프에 보내려고 합니다. 또래들과 어울려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면 성격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 아이의 성격에 대해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러나 성격은 타고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부모에게 찾기 힘든 기질을 보일 때 흔히 성장 과정의 문제를 찾아보기도 합니다. 그렇게 풀릴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의외로 부모에게서 발현되지 않았던 기질이 유전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문제점을 발견해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말입니다.
자녀의 성격에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님들은 우선 너무 급작스럽게 성격을 바꾸려 들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부터 유념해야 합니다. 너는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지적하고, 고쳐야 한다고 요구하게 되면 콤플렉스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고 천천히 조금씩 고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방학 동안 캠프에 보내는 것은 성격에 변화를 주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캠프를 보내기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흔히 세계에서 자녀 교육에 가장 열정적인 나라로 한국과 이스라엘을 드는데 두 나라 학부모들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삶의 목표를 아이가 정하도록 하는데 한국은 학부모들이 정한다는 것입니다. 거기서 비롯되는 차이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캠프 역시 부모가 일방적으로 선택해 보내는 것은 아무리 프로그램이 좋아도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힘듭니다. 아이 스스로 무언가를 고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장하는 과정의 하나로 즐겁게 받아들이고 변화를 선택할 수 있어야 성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캠프에 가면 어떤 환경에서 누구를 만나게 되느냐도 중요합니다. 소극적인 아이들은 낯선 환경 자체를 어려워할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성격 개조 같은 걸 내세우는 캠프에 보낼 경우 다른 캠프 참가자들을 보면서 자신에게 중대한 문제라도 있는 양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유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캠프의 성격과 프로그램, 지도자, 참가자 특징 등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얻은 뒤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목적에서건 자녀를 부모의 관심 범위 밖에 둘 때는 그만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외국인들은 어린 아이들을 해외에 어학연수 보내는 한국 학부모들을 쉽사리 이해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어릴 때는 부모가 항상 곁에서 돌봐줘야 하는데 왜 굳이 부모가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곳에 아이를 떼어 두려 드는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조바심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부모 곁에서 조금씩 바꿔나가면 별 부작용도 없을 것을 공연히 빨리 고쳐보겠다고 덤비다가 어려운 상황을 자초하기 쉽다는 얘기입니다.
가령 자녀가 부끄러움을 너무 많이 타서 발표력이 부족하다면 차라리 부끄러움이 훨씬 덜한 가족 앞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게 만들고,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데 대한 두려움을 덜어주는 것이 바람직한 해결책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가장 잘 맞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고 함께 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는 결국 부모님인 것입니다. 캠프 역시 캠프를 가기 전과 다녀온 뒤에 가족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변화의 과정을 함께 하느냐에 따라 효과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박용진(진스마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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