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곤두박질' 치는 경북철도 위상

영주 등 북부권으로 대표되는 '경북철도'가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수십 년간 철도 투자 소외지역이라는 '찬밥' 신세를 겪어온 것도 모자라 최근 한국철도공사는 철도 개편안을 추진하면서 북부권의 철도 기능과 규모를 대폭 줄일 계획으로 나타났다.경북철도는 왜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고, 그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위기 현황과 이유는?

한국철도공사 영주지역본부의 화물수송량은 1997년 2천858만t이었다. 하지만 올해엔 2천만t을 겨우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여객 수송도 마찬가지다. 1996년 621만 명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 올해 263만 명에 그치고 있다. 10년 만에 3분의 1 가까이로 급감했다.

현재의 북부권 철도 쇠락 추세를 감안하면 앞으로 화물 및 여객 수송은 더욱 줄 것으로 보인다.이렇게 쇠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투자가 없기 때문이다.우성호 경북도의원, 철도공사 조직개편안 등에 따르면 철도산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시설투자가 따르지 않으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의 정부 시절 항만, 교량,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국가예산 투입은 호남 등 국토 서부권에 집중됐다. 철도 역시 호남·충청지역이 우선이었다. 그만큼 영주 등 경북의 철도시설 투자는 지지부진했다.도로와 고속철에도 밀린다.

중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등의 개통으로 수도권과의 도로 교통은 획기적으로 나아졌다. 하지만 철도는 그만큼 위축됐다. 실제 영주 등 경북 북부지역에서 서울까지는 고속도로로 2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반면 철도는 3시간30분 이상 걸린다.

또 지난해 경부선과 호남선은 KTX 개통으로 고속버스는 물론 항공기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로 올라섰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고속철 영향권에 들었다.

하지만 경북의 대표적 철도인 중앙선은 그렇지 않다. 여전히 '저속철'이라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복선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북 종합계획에 따르면 중앙선 복선전철화사업은 2010년 이후로 잡혀 있다.

영주본부의 화물 및 여객 수송량이 해마다 급감하는 것도 '저속철'이라는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교통수단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철도 조직개편이 설상가상?

철도 공사화 및 이에 따른 조직개편은 경북철도의 퇴출을 앞당기고 있다.정부는 철도 시설 건설과 철도 운영을 분리해 운영은 한국철도공사가, 시설 건설은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맡도록 했다. 국가기관인 철도청이 이들 공기업으로 다시 태어난 것. 그러나 공사·공단화가 경북철도에는 되레 족쇄가 됐다.

철도시설공단이 먼저 나섰다.

지난해 1월 출범한 철도시설공단은 지역본부를 부산과 원주에 설치했다. 이는 사실상 철도청 영주지역본부(당시)에 있던 시설 건설기능을 원주로 이전한 것. 그리고 이번에 철도공사도 경북, 충북, 강원 일대를 관리하는 영주지역본부를 3개로 쪼개려고 하고 있다. "경북 영주는 충북과 강원에서 손 떼라"는 얘기다.

영주지역본부의 연간 예산은 3천300억 원대. 이는 영주시의 연간 예산 2천600여억 원보다도 많다. 영주 등 북부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큰 것. 영주지역본부에서 충청과 강원지역 관리기능을 떼내면 그만큼 영주를 비롯한 경북 북부권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게 된다.

◆돌파구는?

그동안 시설투자가 부진했던 만큼 경북철도의 경쟁력은 도로 등에 밀려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경제성이 떨어져 적자에 허덕여왔다. 기구·인력·예산 축소조정의 0순위가 된 셈이다. 결론은 이러한 악순환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는 것.

철도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필요한 투자가 먼저 있어야 한다. 투자 이후에도 적자노선 발생 등으로 효율성이 떨어지면 그때 가서 정리해도 늦지 않다.

우성호 도의원은 "지금껏 투자도 제대로 하지 않은 마당에 돈 안된다고 국가기간산업을 뿌리째 흔들려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중앙선을 복선화하면 북부권과 서울까지 2시간30분 내로 단축돼 도로 등의 교통수단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선투자, 후구조개편'이 옳다고 지적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