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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럼-석 교수 연구실의 불은 꺼지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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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박사는 2005년도 봄에 세계적인 업적을 발표하였다. 정자가 아닌 체세포를 이식해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고 여러 환자들의 체세포를 사용하여 난치병 치료에 있어서 큰 벽인 면역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리고 가을에는 세계적인 줄기세포 허브를 우리나라에 설치하는 등 눈부신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인간 배아를 연구하는 생명공학학자들은 암과 같은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술을 개발함을 우선 목적으로 배아연구를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따라서 치료용 배아 복제는 언제나 복제된 배아에 대한 연구를 필연적으로 함의하게 된다. 반면 인간배아복제를 허용할 경우 미끄러운 경사길 논리로부터 추론될 수 있는 인간 복제의 위험이나 인간의 난자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는 위험, 나아가 생명자체를 존중하는 마음까지 사라져 버릴 수 있다고 생명윤리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인간 배아를 연구하는 생명공학학자들과 배아연구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생명윤리학자들 각각의 입장을 적절히 취합할 수 있는 연대감을 형성할 수 없게 된다. 결과적으로 두 분야는 서로 적으로 인식되어 서로의 분야 발전에 발목을 잡는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2005년 1월 1일부터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률에서는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배아연구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 배아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연구윤리를 확립하는 것이 보다 시급한 상황이다.

법률상 배아복제를 허용하는 상황에서 연구자의 연구윤리 확립은 기술상의 문제보다 우선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물론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어 체세포 복제기술을 통한 난치병 치료차원의 치료용 배아복제 등의 연구문제는 그 연구의 입안과정 전후뿐만 아니라 중간과정에서의 확인과 연구절차를 확립하고, 연구기준에서도 공개적인 논리와 토론을 거침으로써 폭넓고 심도 있는 전 국민의 합일된 의견수렴이 선행된 뒤 반드시 수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과학자들이 이런 윤리원칙을 과연 지킬 것인가 하는 데 있다고 보인다. 즉 점점 급속하게 산업화되어 가고 시장 경쟁에 휘말리는 과학의 현실 속에서, 그리고 이러한 현실 변화가 초래하는 문제점에 대해 아무런 성찰이 없거나 무기력감만을 느끼는 과학자들에게 이상적인 윤리원칙을 들이 밀어봐야 기존의 관행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인간 배아연구의 문제는 생명 가치에 대한 우리의 의식이 전환될 때 비로소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배아연구자를 비롯하여 우리 모두가 생명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배아연구 문제를 좀 더 신중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황우석 박사 연구의 세계사적 의의를 생각해보자.

황 교수가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이어 또다시 세계 최초로 실제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해 배아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한 것은 한국 과학의 쾌거일 뿐만 아니라 질병의 고통에서 인류를 해방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쏘아 올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척수장애, 파킨슨, 알츠하이머, 뇌졸중, 당뇨 등 난치병을 고칠 수 있다면 이보다 인류에 더 공헌하는 일은 찾기 어렵다.

이번 황 교수의 연구가 주목받는 것은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에서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기 때문에 면역거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텄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2004년도 황교수의 연구발표의 평가에 인색했던 외국의 학자들조차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업적이라고 찬탄하고 있는 것이다.

난치병 환자의 고통과 환자 가족의 고통을 생각한다면 황 교수의 연구는 마땅히 계속 되어져야 한다. 한국경제를 위해서도 생명공학산업은 크게 일어나야 한다.

따라서 연구 절차상의 약간의 문제를 트집잡아 황 교수의 업적을 허물어뜨리려는 일련의 소동을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황 교수는 그동안의 소동 때문에 심신이 피곤하겠지만 연구의 성공을 염원하는 전세계 국민의 뜨거운 성원을 위해서라도 연구 활동에 매진해 주길 바라며, 우리 국민은 다시는 황 교수 연구실의 불이 꺼지지 않도록 따뜻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곽만연(동아대학교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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