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초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에 관한 언론 보도가 잦아지면서 시민들의 관심 역시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일부의 인구학자들이 십여 년 전부터 저출산이 장래 한국 사회에 미치게 될 문제의 심각성을 꾸준하게 제기해 온 것이 사실이지만 정부의 책임자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최근 1, 2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걸쳐 급격한 출산율 감소를 경험하였는데 1970년 합계출산율은 4.0명이었으나 1983년 2.1로 인구 대체 수준에 도달하였으며 1998년 1.6 그리고 2004년 현재 1.16의 초저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OECD 30개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며 유럽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이탈리아보다도 낮다. 이와 같은 초저출산은 인구 고령화와 맞물려 장래 한국 사회에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하겠다. 노인 부양의 측면에서 보면 2005년 현재 8명의 경제활동 인구가 1명의 노인 인구를 부양하고 있지만 1950년대 중반부터 출생한 베이비 붐 세대가 노인 연령층에 도달하게 되는 2020년경에는 경제활동 인구 4명당 노인 인구 1명을 부양할 정도로 노인 부양의 사회적 부담은 엄청나게 증가하게 돼 노인 인구 부양의 어려움은 물론이며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초저출산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의 초저출산은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및 환경적 요인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먼저 경제적 어려움과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들 수 있다. 1997년 말 초래된 국제 금융 위기의 여파로 많은 사람들이 조기 퇴직하거나 명예퇴직을 당하였으며 그 결과 평생직장의 의미가 사라짐과 동시에 직장과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하였다. 또한 여성들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1970년 약 39%에서 2004년 약 50%로 증가한 반면 5세 미만 어린이를 돌봐줄 수 있는 탁아소나 보육 시설은 전체 해당 어린이의 약 22%를 수용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여성들이 자녀를 양육해 가며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은 사회 환경적 변화가 젊은이들의 초혼 연령 상승과 만혼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 아니라 결혼 후 자녀관의 변화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성들의 평균 초혼 연령은 1970년 23.3세였으나 2004년 현재 27.5세로 상승하였다. 또한 미혼여성의 비율은 1970년 25~29세 연령층에서 10%에 불과하였으나 2004년에는 45%로 상승하였다. 아울러 자녀에 대한 가치관도 변화하여 자녀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991년 약 90%에서 2003년에는 약 55%로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이러한 제 현상들의 변화가 현재의 초저출산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면 역사상 초유의 초저출산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몇 가지만 언급하기로 하자. 첫째, 앞으로 여성들의 경제 활동 및 사회 참여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므로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마음 놓고 자녀 양육과 경제 활동을 겸할 수 있도록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실비의 탁아소 및 어린이집이 많이 개설 운영되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하겠다. 둘째, 양성 평등 사회를 살아 가야 할 21세기 남성들의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 남성들은 가사 분담과 관련하여 집안일을 도와주거나 거들어 준다는 시혜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자녀 양육과 집안일에 여성과 동등하게 참여하고자 할 때 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변화하게 될 것이다. 셋째,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가계 지출에서 자녀 양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특히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넷째, 결혼과 자녀 출산에 대하여 긍정적인 가치를 가지도록 정책적 배려와 더불어 홍보 활동 역시 중요하다 하겠다.
끝으로, 인구 현상은 다른 제 현상과 달리 오랜 기간에 걸쳐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장래를 위하여 그리고 우리들의 다음 세대를 위해서도 초저출산을 완화하기 위한 관심과 노력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김한곤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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