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팔자가 상팔자'라는 말이 무색하게 버려지는 개들이 많다고 한다. 지난해 만도 전국적으로 5만여 마리의 애완견이 버려졌다는 통계가 나왔다. 키우던 사람이 버렸든, 제 스스로 사람의 손을 떨치고 나왔든 집 바깥을 떠도는 개가 많아지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른다. 버려진 개를 처리하는 데만도 한 해 수억 원이 든다고 한다. 버려진 개는 2년 전부터 급증했다. 애완견 붐을 타던 사람들이 이제는 슬그머니 길거리에 버리기 때문이다.
◇ 농림부 가축 방역과도 갑자기 일이 많아졌다. 버려진 개를 파악하고 통계를 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통계를 보면 2003년 전국적인 유기견 수는 2만5천 마리였다가 지난해 두 배로 급증했다. 버려지는 개 대책으로 정부는 얼마 전부터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애완견을 시장 군수에게 등록하게 하는 법이다. 강아지에게 사람과 마찬가지로 주민등록증을 주자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 등록과 함께 혈통과 예방접종 상황,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마이크로칩에 담아 강아지 피부에 이식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이크로칩을 보면 누가 키우던 개인지, 어디 살던 개인지 금방 알게 돼 이미 애호가들 사이에 크게 퍼져 있다. 애완견 등록제는 개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된 것을 알린다. 그러나 보호론자들은 정부 대책이 보호보다 규제 강화를 한다고 항의한다.
◇ 버려진 개도 문제지만 사람을 물고 공격하는 개도 많아지고 있다. 얼마 전 집에서 기르던 개에 물려 숨진 어린이의 소식은 사람들을 울적하게 했다. 한달 새 개에 물려 숨진 사람만도 3명이나 된다. 공격하는 대상도 무차별적이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먹지 못했거나 갇혀 살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사람을 공격하게 만든다고 한다.
◇ 칼바람이 매서운 겨울이면 더욱 개 팔자만도 못한 사람들이 많아진다. 버려진 개가 많아졌다지만 여전히 수많은 애완견은 따뜻한 방을 차지한 채 겨울을 지낸다. 그러나 대도시 도심 지하도를 방 삼아 지내는 사람들은 겨울에도 줄어들지 않는다. 이들도 결국 사회에서 버려진 사람들이다. 버려진 사람들을 살피고 이들의 겨우살이를 보호하는 일은 버려진 개를 처리하는 일보다 중요하고 급하다. 버려진 사람들의 공격성은 개보다 강하다. 버림받은 사람들의 공격성을 이대로 방치하다간 무슨 일이 생길까.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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