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논술 가이드

* 매일신문 논술 기획위원 : 박정곤(대구시 교육청 논술 담당 장학사), 박해문(대륜고 교감, 대구진학지도협의회), 한갑수(경상여고 교사, 대구진학지도협의회), 서이교(영남고 교사, 대구진학지도협의회), 윤일현(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 이슈&논술 편집자문위원), 김희종(이슈&논술 기획자문위원), 최경렬(이슈&논술 아카데미 대표강사), 장필규(서울 대성학원 논술팀장), 김성배(송원학원 논술팀), 박만대(송원학원 논술팀)

◇ 역사를 보는 상이한 관점-고등부 최우수작

인간의 역사는 역사적 필연성의 외적 발현인가, 아니면 인간 의지의 산물인가? 역사를 바라보는 이같은 상이한 관점은 결국은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만일 역사를 필연성 혹은 절대의지의 구현이라고 볼 경우 인간의 자발성과 주체적 의지는 큰 의미를 띠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의 주체적이고 능동적 의지가 역사를 만들어간다고 볼 경우 역사는 일정한 내적 원리가 없는, 우연적 과정일수도 있다. 이처럼 어떠한 역사관을 가지느냐에 따라서 현실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가 결정될 수 있는 것이다.

제시문 (가)에서 헤겔은 역사는 역사적 필연성이 발현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세계사의 진행과정 자체가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가는 과정이며, 종국에는 어떤 보편정신 - 여기서 말하는 보편정신이란 진리 또는 절대적 원리로 볼 수 있다.-을 구현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제시문 (나)는 이같은 역사주의적 해석을 경계한다. '인류의 역사'라는 것은 결국 '권력의 역사'이며, 역사 자체는 아무 의미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인간이며, 인간의 의지에 의한 창조가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측면임을 강조한다.

카를 포퍼가 말한 역사에 대한 시각은 현대사회 뿐만 아니라 역사 전체를 바라보는데 있어서도 아주 유효하다. 역사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역사가 비록 어떤 질적 고양의 상태로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할지라도, 그 역사를 만드는 주체는 항상 인간이었다. 3.1운동은 민족의 역사발전 과정의 단계적 구현이 아니라, 일제치하를 살아가는 우리 민중들의 희생이었고 민중적 의지의 발현이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현재로 우리의 역사는 우리의 손에 의해 씌여지고 있다. 그것이 발전을 향한 것이든 아니면 역사적 퇴행이든 간에 인간의 자발적이고 창조적인 노력을 배제한 역사는 설득력이 없다.

지금 우리 역사를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를 카를 포퍼는 중시한다. 지난 역사의 창조적 전통을 계승하고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다시금 인간 중심의, 참여적인 역사관을 확립해야 한다. 그럴 때 우리의 손에 의해 절대의지는 구현될 것이다.

장환준(대구고3)

*총평

이번에 고교생 논술의 최우수작으로 뽑힌 글은 가히 전문가 수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논제가 역사를 필연적인 발전과정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이성에 의한 창조과정이라고 볼 것인가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였으나, 이 글은 논점을 명확히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고교생의 수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확한 논거를 제시하고 있어 모범답안에 가깝다.

우선 이 글이 돋보이는 이유는 제시문 (가)와 (나)를 선명하게 잘 파악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역사주의에 대해서는 비교적 정확한 인식을 보였으나 제시문 (가)가 무엇을 요구하는 글인지를 잘 파악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인간의 창조적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논점을 잘 파악했다.

또한 본론의 두 번째 문단에서도 3.1운동이라는 적절한 사례를 들어 역사를 발전시키는 것은 결국 인간의 주체적 행동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결론에서 논제를 현대 우리 사회에 결부시켜 참여적 역사관을 주장한 대목은 고교생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도 생각된다. 다른 학생들도 이 학생처럼 결론에서 현대사회와 관련지어 논점을 파악해보는 것도 다른 글과의 변별력을 지닐 수 있다는 점은 명심하자.

다만 서론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은 아쉽다. 서론은 전체의 분량에 비추어 15~20%내외가 적당한 수준인데, 이 글은 거의 본론의 한 단락에 맞먹을 정도로 너무 비중이 커서 본론에서 할 말을 이미 다 해버린 듯한 인상을 준다. 앞으로는 적절한 사례나 유추를 통해서 서론을 써보자. 훨씬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 디지털 시대의 교육관-중등부 최우수작

인류의 역사는 교육의 연속이다. 인간은 무언가를 배우려는, 즉 교육을 받으려는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배움을 통해 좀더 나은, 편리한 과정으로 나아가려 한다. 동물에게는 볼 수 없는 이러한 특성이 인류에게 더 발전된 미래를 제시해 주었고 지금 현재 21C 첨단문명까지 이룩하였다. 인간의 일생과 교육은 쉽게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아기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태어난다. 물론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라든가 젖을 빠는 것 등의 기초적인 본성은 제외하고 말이다. 그런 백지상태의 아기에서 사회인으로 장성하기까지는 단지 나이만 먹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 간의 교육이 그 사람의 성격, 가치관등을 빚어냈고, 심지어 직위, 수입까지에도 영향을 미쳤다. 말을 가르치는 교육 없이 방치된 지극히 정상인 여아가 어른이 되어서도 말을 못하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교육은 최소한의 사회동물이라는 인간의 기능을 하게 한다. 지성교육을 얼마나 많이 받았느냐에 따라 남보다 나은 직업이라든지 행복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지성, 인성교육을 많이 접한 사람들이 현대사회에서 높은 지위에 있거나 높은 수입을 가지는 것은 이미 많은 통계를 통해 증명되었다. 교육을 통해 마치 연장을 만들듯이 완벽을 추구하며 인간을 다듬는 것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지성을 가진 사람도 끊임없이 다른 무언가를 추구하며 배우려는 자세에서도 교육은 인간의 자아실현뿐만 아니라 가치를 좀더 빛나게 해주는 최상의 수단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정부에서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국민을 계몽시켜 상황을 개선시키려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팽창해가는 첨단문명의 영향으로 21C 현재 우리는 수많은 기계와 함께 공존하고 있다. 새로운 문명이 들어올 때 전혀 다른 생활상을 함께 동반해 온다는 앨빈 토플러의 말처럼 교육도 더 이상 옛 체제에 머물며 행해져서는 안 된다. 디지털 문명 속에서 교육은 그 이기에 반하여 가기보다는 그 장점을 최대한 수용하고, 도움을 받으며 함께 행해져야 할 것이다. 한층 더 발달될 미래 사회를 대비해서 교육의 시초라는 가정뿐만 아니라 공교육에서도 디지털기기의 많은 이용이 바람직할 것이다.

안소희(bluemilk35)

*총평

이번 6회 논술의 논제는 디지털 시대의 바람직한 교육관에 대해 논술하라는 것이었다. 최우수작으로 뽑힌 안소희 양의 글은 논제를 정확하게 잘 파악한 장점이 돋보이는 글이다. 서론에서 인간과 교육의 관계를 서술하고, 이를 통해 결론에서 디지털 문명의 장점을 최대한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논리적 연결이 자연스럽고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본론의 각 단락이 양적으로 균형을 갖추고 있고, 특히 띄어쓰기와 한글맞춤법 규정을 잘 지켜쓴데다, 문장이 정확한 점은 글의 내용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한다.

반면 몇 가지 감점요소도 없지는 않다. 그중 가장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본론의 1, 2단락에 대한 것인데, 이 단락은 디지털 시대의 교육관에 대해 서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기능이라거나 또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 머물러 있어서 정작 논제에 충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특히 서론과 본론의 첫 번째 단락은 사실상 내용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말하자면 이 두 단락을 한 단락으로 합쳐서 서론에서 간략하게 교육의 필요성을 지적한 다음, 본론부터는 디지털 시대의 특징과 아직도 아날로그에 머물러있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지적하고, 그 다음 본론 두 번째 단락에서는 제시문 (다)에서 빌 게이츠가 말한 바대로 새롭게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적응해나가야 한다는 내용을 서술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몇 가지 부정확한 표현도 고쳐야 한다. '무언가'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올바른 표현이고, 21C로 쓰는 것이 아니라 21세기로 써야 한다.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란 표현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쓰는 것이 옳다. '안된다'는 '안 된다'로 띄어써야 하며, '그'식의 지시어를 남발하는 것도 좋은 버릇은 아니다. 정확한 표현은 논술의 기본임을 명심하자.

◆ 논술문을 쓸 때는

① 단계적으로 해결한다=문제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 제시문을 비판적으로 읽고 분석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첫 단계. 이어 구상-집필-퇴고 순으로 작성한다.

③ 문제의 유의 사항을 확인한다=논술 문제에는 글의 분량이나 어법 등 형식 조건이 있고, 논점을 벗어나지 말라는 내용 조건이 있다. 요구하는 분량을 넘거나 부족한 정도에 따라 감점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지켜야 한다.

⑤ 완결된 문장으로 간결하게 쓴다=문장이 길수록 논리 전개가 헝클어지고 문장 간의 연결이 부자연스럽다. 한 문장에 하나의 생각만 정확하게 담는다는 생각으로 가급적 짧게 써야 한다.

④ 제시문을 옮겨 적지 않아야 한다=논리가 빈약하고 쓸 내용이 부족하면 제시문을 군데군데 발췌하기 쉽다. 감점 요인이다. 제시문을 인용할 때는 자기 나름의 논리와 관점이 담긴 해석을 통해 새롭게 정리해서 써야 한다.

② 시간 배분에 주의한다=주어진 시간 안에 답안을 완성하는 능력을 평소 훈련을 통해 길러야 한다. 대개 논제와 제시문 분석 및 개요 작성에 시간의 40%, 글쓰기에 55%, 퇴고에 5% 정도를 배분한다.

⑥ 반드시 퇴고한다=글쓰기를 끝낸 후 어법과 문맥에 맞지 않는 표현, 원고지 사용법에 어긋난 것, 평소 자주 틀리는 불완전 명사나 조사의 띄어쓰기 등을 바로잡는 것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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