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논문조작으로 쌓아올린 '황우석 신화'

서울대 조사위원회가 10일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관련 '연구 성과'를 전면 부정했다.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이어 2004년 논문도 조작으로 결론을 지은 것이다.

한마디로 체세포 복제줄기세포가 없다는 것으로, 황 교수의 입지는 국민적 영웅에서 논문 조작범으로 급전직하할 수밖에 없게 됐다. 나아가 전국민을 속이고 착시현상을 야기한 원죄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황 교수는 한때 세계 최초의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확립자로 국민들에겐 꿈과 희망의 대변자였다. 외국에서도 난치병 치료를 위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선도자로 황 교수를 높게 평가했다.

황 교수가 국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때는 1999년 2월 한국 최초로 체세포 복제소 '영롱이'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로 부임한 지 13년 만의 일이었다.

황 교수는 같은 해 3월 복제 한우 '진이'의 탄생을 발표, 동물복제 연구분야에서 세계적 인물로 떠올랐다. 당시 황 교수 주변에선 황 교수가 과학자로선 드물게 대인관계 쌓기에 열성적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한 고위 공무원이 "장관을 해도 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라고 했을 정도다. 그러나 일각에선 황 교수의 행보가 학자답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황 교수가 세계적 과학자로 명성을 얻은 것은 2004년 2월로, 사람의 체세포를 난자에 이식해 만든 복제 배아(胚芽)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정부는 이를 기점으로 황 교수에게 과학기술인 최고훈장인 창조장을 수여하는 등 '황우석 키우기'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이어 그는 지난해 5월 척수마비와 파킨슨씨병, 선천성 면역결핍증을 앓고 있는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이 같은 연구성과는 난치병 치료의 신기원을 연 것으로 평가받으며 세계 과학계를 흥분시켰다. 세계줄기세포 허브를 설립, 난치병 환자 등록을 받으면서 난치병 치료가 눈앞에 다가온 게 아니냐는 섣부른 기대감을 갖게 한 것도 사실이다.

황 교수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복제 개 '스너피'를 탄생시켰다는 것을 네이처지에 발표하는 등 후속타를 잇따라 터뜨렸다. 하지만 이제 황 교수의 연구업적 대부분이 조작으로 판명나면서 그 자신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거짓이 거짓을 불러온 '거짓말퍼레이드'에 온 사회는 우울증에 시달릴 정도로 좌절감이 컸다. 국제과학계에서 당할 우리의 불이익도 우려되고 있다. 황 교수는 당장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할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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