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6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저작권 보호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네티즌들과 시민 단체, 인터넷 관련 업체들은 이 개정안을 인터넷에 대한 이해 부족이 초래한 졸속 결과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반대 측은 개정안이 네티즌들의 권리를 제약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온라인 정보 불법 복제·전송에 대한 사례와 판례, 그리고 이번 개정안의 주요 쟁점 사항, 온라인 정보 이용과 네티즌의 권리 간 상충 문제 등에 관해 알아보자.
◇ 이슈의 배경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P2P(peer to peer:인터넷에서 이루어지는 개인 대 개인의 파일 공유 기술 및 행위) 방식의 서비스와 저작권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고, 여러 차례 소송 과정에서 사회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소리바다'가, 미국에서는 '냅스터'가 그 중심에 있었다.
1999년 P2P 기반 파일 공유 네트워크인 냅스터가 등장하자 미국 음반산업협회(RIAA)는 냅스터를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소하였고, 샌프란시스코 연방 법원은 냅스터에게 서비스 중단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이어진 냅스터의 항소도 기각했으며 결국 냅스터는 서비스를 중단하게 되었다. 냅스터가 패한 이유는 중앙 서버로 개개인의 접속과 검색을 돕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이에 P2P 업체들은 중앙 서버 없이 개개인을 연결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은 2세대 P2P 방식에 대해 저작권 침해 행위를 조장한다는 간접 책임을 물었다.
우리나라 법원도 소리바다에 대해 복제·전송권 침해 및 방조에 의한 불법 행위를 모두 인정하였다. '소리바다 운영자로서는 이용자들에 의한 저작권 침해 행위가 발생하리라는 사정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저작권 침해 행위를 방지할 만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MP3 파일 공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들의 저작권 침해 행위를 용이하게 도와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판결의 요지였다.
◇ 국내 온라인 저작권 분쟁 현황
소리바다의 서비스 중단 이후 800만여 명에 이르는 회원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소리바다의 방문자 수가 감소하는 시점에서도 다른 유료 음악 사이트에는 별 영향이 없었다.
인터넷 사이트 순위 조사 업체인 랭키닷컴과 온라인 리서치 회사 매트릭스의 조사 결과를 보면 유료 음악 사이트인 벅스, 멜론, 맥스 MP3, 뮤즈 등의 회원수는 오히려 감소하거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프루나, e덩키, 파일구리 등 소리바다를 대체할 만한 다른 P2P 사이트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는 대다수 네티즌들에게 '온라인 음악은 무료'라는 인식, 그리고 P2P를 이용한 개인 간 파일 공유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2004년 기준으로 불법 복제의 규모는 음악, 영화, 게임 등의 장르를 통틀어 1조 원을 넘어섰고, 수익의 감소로 인해 창작자가 의욕을 잃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저작권자를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치'라는 저작권법 개정안이다.
◇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저작권법 개정안에서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개정안은 다른 사람들 상호간에 저작물 등을 복제·전송하도록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저작물 등이 불법적으로 복제·전송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술적 보호 조치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온라인 서비스'가 무엇인지 매우 모호하다. 개인들의 메신저나 인터넷 게시판, 이메일 등 인터넷상의 전반적인 활동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법적인 복제·전송과 합법적인 복제·전송을 구분해 낼 수 있는 기술적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조항은 네티즌들의 자유로운 소통 행위를 위축시키고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워 인터넷 산업 전반을 위축시킬 우려도 크다.
둘째, 개정안은 문화관광부 장관 및 시·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불법 복제물을 수거·폐기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온라인상의 불법 복제물에 대해서 삭제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행정 기관이 법원의 관여 없이 저작물의 삭제 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는 것은 '사실상의 검열'을 뜻할 수 있으며, 이는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또한 불법 복제물의 파악을 위해서는 P2P 서비스나 웹하드 서비스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감시해야 하는데, 이는 서비스 이용자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과 다름없다.
마지막으로 영리를 위하여 저작권을 침해한 행위에 대해 권리자의 고소 없이도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비친고죄로 변경한다는 조항이다. 현재는 저작자가 사용 금지를 요청하지 않거나 방치된 저작물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지만 비친고죄를 적용할 때는 저작자가 원하지 않아도 형사처벌할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 네티즌의 권리는 어떻게 되나
개정 저작권법이 본격 시행되더라도 P2P 서비스를 통한 네티즌들 간의 정보 교환 행위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이유로 볼 수 있는 것은 오픈 소스로 된 P2P 서비스에 대한 각종 대책이 사후적인 차원에서 마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정보는 공유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모토 아래 카피레프트(copyleft)운동을 펼치고 있는 전 세계의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오픈 소스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P2P 프로그램은 소송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
날로 심각해지는 불법 복제를 근절하고 창작자들의 의욕적인 활동 유도를 위해 저작권에 대한 보호와 규제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의미의 모호성과 함께 현재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가 부족해 과도한 법 적용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법 적용을 받는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과 이해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법 시행에 있어서 정당성 및 실효성 확보는 요원해지는 것이다. 본격적인 법 제정 및 시행에 앞서 실질적인 필요와 한계점들이 표면화 할 수 있도록 공청회를 비롯한 다양한 차원의 여론 수렴 과정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관계 기관이나 해당 서비스업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검토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더 이상 혼란이 가중되기 전에 궁극적으로 정책이 지향하는 바와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피레프트(copyleft)
카피레프트란 저작권을 지칭하는 카피라이트(copyright)에 대조되는 개념이다. 카피라이트에서 라이트(right)의 사전적 의미가 '권리, 오른쪽'이라는 데서 착안, 이와 정반대의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는 '내버려둔다, 방치한다, 왼쪽'의 '레프트(left)를 사용, 저작권을 방치한다는 의미로 카피레프트라는 말이 생겨났다. 1983년 MIT의 인공지능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했던 리처드 스톨만(Richard Stallman)이라는 컴퓨터 학자가 주창한 카피레프트는 정보에 대한 자유롭고 평등한 접근과 공유를 지향하는 새로운 프로그램 저작권 개념이다. 그는 '내 친구에게 내가 쓰는 프로그램을 복사해 주는 것도 절도죄가 될까?'라는 아주 기본적인 질문에서 출발, 소프트웨어에 대한 저작권 개념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고, 그 이후부터 카피레프트 운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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