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전방에서 수고하는 군인들에게 화랑좌복(방석) 5천 개를 만들어 줄 계획입니다."
칠곡군 기산면 정억순(69) 할머니는 '이불할매'로 불린다. 수십 년 동안 불우 이웃이나 소년소녀 가장 등에게 이불을 선사해 온 정 할머니는 3년 전 고향인 칠곡으로 돌아와 요즘은 군인들에게 전달할 방석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정 할머니는 방석 5천 개를 만들어 군인들에게 무료로 전달할 계획이다. 1차로 14일 갖가지 색상의 방석 2천410개를 군종감을 지낸 조계종 군종교구 자문위원 정선진 법사에게 전달했다. 전달된 방석들은 5t 차 3대에 나누어 인제와 양구, 화천 등 전방부대로 전달됐다. 방석에는 "조국을 위한다면 무엇인들 아까우리요!"란 자수를 직접 새겨 넣었다.
'화랑선원'으로 불리는 정 할머니의 집 곳곳에는 형형색색의 방석들로 가득 차 있다. 몇 년이 걸려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5천 개가 채워지면 서울과 춘천, 벽제, 포천, 장호원 등 군부대에 보낼 예정이다.
정 할머니가 군인들에게 방석선물을 하며 호국정신과 충효정신을 강조하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일제강점기시대 어린 시절 모친이 일본 경찰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모습을 본 후 "조국이 없으면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랐다는것. 처녀 때부터 수예점을 경영하고 재산을 모아 '화랑장학재단'을 만들기도 했다. 한평생을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학생들에게 이불을 선물하고 경찰, 군인들에게 온정을 베풀어 2001년에는 국민포장을 받고 이듬해에는 청룡봉사상까지 받았다.
정 할머니는 "사는 날 동안 내 한몸 바쳐서 이웃을 위해 봉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신조다"며 "그동안 종교를 떠나 다른 종교인들도 내가 하는 일에 많은 도움을 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사진=칠곡 이불할매 정억순 씨가 14일 손수 만든 방석 2천400여 개를 전방군인들에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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