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법원장의 잇단'改革的'발언

이용훈 대법원장이 화이트칼라 범죄 엄단을 강조한 발언에 이어 어제 "재판은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되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신임 법관 임용식 훈시를 통해 "법관에게 재판권을 수여한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의 일련의 발언들은 사법부의 오랜 폐습과 독선을 타기하고 국가와 국민 앞에 떳떳한 사법부,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나기 위한 충정의 일단으로 이해한다. 굳이 사법부 개혁이라 말하지 않더라도 과거에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없었던 재판 결과와 관행들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또한, 국민 위에 군림하는 듯한 일부 법관과 직원들의 자세는 시정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법원장 발언이 미칠 부정적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법관의 독립성과 재판권을 침해할 소지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재판은 재판부 이외 그 누구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있을 수 있는 재판의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삼심 절차가 마련돼 있다. 국민의 이름으로 재판한다는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자칫 여론 재판, 정치 재판으로 변질될 위험성이 있다. '시민 없는 시민단체', '목소리 높은 자만이 국민'인 시대라는 말이 있듯이 국민을 가볍게 팔 일이 아니다.

대법원장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는 헌법 규정에 법관들이 충실하기를 촉구하고, 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 원칙에 충실한다면 더 이상의 수사가 필요치 않다.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는 듯한 사법부 수장의 공개 발언은 사법부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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