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때문에 빚어진 사상 최악의 소동은 어떤 사건이었고 얼마만큼 엄청난 결과를 낳았을까.
기록상으로 보면 빗맞은 골프공 하나 때문에 군용 비행기 7대가 연쇄 대파된 소동이 아닐까 싶다.
미국 콜로라도주 어느 간이 군용비행장 부근 조그마한 골프장에서 일어난 골프소동의 사연은 이랬다고 한다.
어떤 초보 골퍼가 잘못친 공이 마침 비행장 쪽으로 날아가던 새를 맞췄다.
놀란 새가 정신없이 퍼덕대며 날아오르는 순간 공교롭게도 막 착륙하기 위해 비행장 쪽으로 날아오던 비행기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체가 지그재그로 흔들리며 추락, 때마침 활주로 주변에 나란히 세워져 있던 6대의 전투기 등을 차례로 들이받으며 연쇄 폭발했다.
3천원짜리 골프공 한개가 백억대의 군사장비를 한순간에 날려버린 셈이다.
그 정도면 골프 소동치고는 사상 최악의 대형사고가 아닐 수 없다.
건전한 레포츠도 주변 상황과 타이밍이 꼬이다보면 예기치 못한 결과를 빚어낼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골프 소동의 실화다.
3'1절, 그것도 철도파업날 친 골프때문에 영의정 자리까지 내놓을 상황에 내몰린 국무총리 골프파문은 콜로라도 비행장 골프소동까지는 못미칠지 모르나 정치적 파장을 두고 본다면 심상찮은 정치 소동임에 틀림없다.
국무총리라고 해서 골프 못치란 법도 없고 같은날 수만명의 '백성 골퍼'들도 똑같이 골프를 쳤다.
그런데 유독 총리가 친 골프에만 시비가 걸렸다.
야당처럼 총리직을 물러나야된다는 여론도 있고 교육부총리처럼 '등산은 괜찮고 왜 골프만 문제가 되나'는 식으로 두둔하는 여론도 있다.
엇갈린 여론의 결과는 총리본인의 결단과 함께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이 끝난뒤라야 결말이 나겠지만 이번 골프파문의 심판은 야당쪽의 성희롱 사건과 맞물린 상황에서 돌출된 사안인만큼 여야간의 정치적 감정이나 전략이 선입돼서는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먼저 총리라는 자리가 어느 정도의 치세의 덕목과 도덕성이 요구되는지를 살펴보면서 적절한 진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일화를 예들어 정승이 할 치세의 범위와 격(덕목)을 짐작해보자.
어느 영의정이 길을 가다 누가 '가까운 곳에 사람이 죽어 넘어져 있습니다'고 했음에도 아무말없이 그냥 스쳐 지나갔다. 이번엔 소 한마리가 헐떡거리며 거품을 물고 걸어가자 정승은 행차를 멈추게 하고 소의 행색을 유심히 살피었다. 아랫사람들이 의아해 하며 '소가 사람보다 중요하냐'고 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이 죽은것은 그것을 담당할 관서가 처리할 것이니 내가 간여않아도 되나 계절이 덥지도 않은데 소가 헐떡이는 것은 이변의 조짐이니 그게 바로 정승의 관심사고 소임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3'1절은 행정자치부가 알아서 치르면 될 일이고 철도파업은 철도공사 사장과 법무부'노동부에서 맡아 할 일이니 나는 골프나 치는 것인데 무엇이 잘못인가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3'1절과 파업사태보다 영의정이 마음 써야할 더 격높은 소임이 범법자들과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총리의 골프가 사퇴선까지 떠 밀려 오게된 것은 3'1절이나 파업같은 타이밍에서 꼬인 것보다는 바로 그런 상황적 배경 탓이 더 크다고 봐야한다. 이제 공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옐로카드만 꺼낼지 레드카드를 꺼낼지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이번 골프 파문과 야당의원의 성추행 파문을 보면서 이제 우리 사회도 지도층 권력자들의 노블리스오블리제가 점점 더 엄격히, 더 많이 요구돼는 건강한 사회로 변하고 있다는 희망을 보게된다.
영의정의 골프 파문, 입맛엔 쓰지만 우리 모두에게 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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