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박소유 作 '아름다운 비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아름다운 비밀

박소유

너는 감추고 싶은 섬이다

나는 부르는 대로 달려가는 일몰이듯

한 발자국 더 내디딜 수 없는 건

완강한 바람, 바람 때문이 아님을 안다

달과 별이 천 개 잎을 흔들며 오고

그 뒤 낯선 우리

붉은 눈물 속에 젖어 있다

시간의 그늘진 곳에서 헤어질 사랑아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이름 밝힐 수 없는 섬 하나

내 안의 살, 다 파먹고

자꾸만 부풀어 올라

나는 숨이 막힌다

사랑은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 들킴이 바로 사랑의 순결성을 침식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감추고 싶은 섬'인 것이다. 그 사랑이 부르면 '부르는 대로 달려가'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닿을 수 있는 '섬'이 아니다. 그것은 '바람 때문이 아니'라 사랑은 '남'으로부터도, 심지어 '나'로부터도 '감추고 싶은 섬'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랑은 언제나 새롭고 낯설다. '달과 별이 천 개 잎을 흔들며 오'는 신천지인 것이다. 이 낯섦이 끝없는 그리움을 낳는다. 그래서 '사랑의 섬'은 '내 안의 살, 다 파먹고' 끝없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낯선 '섬'을 향하여 아무도 몰래 끊임없이 노를 저어 가는 일이라 하겠다.

구석본(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관장 망신주기' 논란과 관련해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응원하며 이 대통령의 언행을 비판했다. ...
정부는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에서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를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통해 대구 시민의 식수 문제 해결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당...
샤이니의 키가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을 받고 있는 '주사이모'에게 진료를 받았다고 인정하며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고 SM...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