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비밀
박소유
너는 감추고 싶은 섬이다
나는 부르는 대로 달려가는 일몰이듯
한 발자국 더 내디딜 수 없는 건
완강한 바람, 바람 때문이 아님을 안다
달과 별이 천 개 잎을 흔들며 오고
그 뒤 낯선 우리
붉은 눈물 속에 젖어 있다
시간의 그늘진 곳에서 헤어질 사랑아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이름 밝힐 수 없는 섬 하나
내 안의 살, 다 파먹고
자꾸만 부풀어 올라
나는 숨이 막힌다
사랑은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 들킴이 바로 사랑의 순결성을 침식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감추고 싶은 섬'인 것이다. 그 사랑이 부르면 '부르는 대로 달려가'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닿을 수 있는 '섬'이 아니다. 그것은 '바람 때문이 아니'라 사랑은 '남'으로부터도, 심지어 '나'로부터도 '감추고 싶은 섬'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랑은 언제나 새롭고 낯설다. '달과 별이 천 개 잎을 흔들며 오'는 신천지인 것이다. 이 낯섦이 끝없는 그리움을 낳는다. 그래서 '사랑의 섬'은 '내 안의 살, 다 파먹고' 끝없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낯선 '섬'을 향하여 아무도 몰래 끊임없이 노를 저어 가는 일이라 하겠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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