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호 타임지 아시아판에 일본의 사교육 열풍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일본 문부성은 학습 관련 스트레스와 십대 자살 증가를 우려하여 '느슨한 교육 정책'을 시행했다. 다양한 교과목과 학교 수업 단축을 통해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진 원숙한 개인을 창조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2003년 OECD에서 실시한 학생 평가도에서 일본이 14위를 기록하자 문부성 정책에 반발한 일본 부모들에 의해 공립학교에서 사립학교로의 전학이 10% 증가했다. 이런 영향으로 천문관 같은 화려한 시설을 갖추고 박사 학위 이상의 고학력 교사를 배치한 도쿄 외곽의 '사또에 가쿠엔' 같은 사립 초등학교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려는 당국의 정책은 냉대를 받고 부모들은 이전보다 더 심하게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게 되었다.
일본의 이런 배경 때문에 '스윙 걸즈'라는 영화가 탄생된 것으로 생각된다. '스윙 걸즈'는 여고생들로 구성된 빅 밴드 이름이다. 방학 동안 보충학습을 받아야 하는 낙제생 13명이 선보인 재즈 연주회는 감동의 도가니였다. 꿩 대신 닭이라는 격으로 우연히 합주부에 투입된 낙제생들이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뮤지션들로 새롭게 태어난다. 생소한 악기와 음악을 접하면서 아이들은 숨겨진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되고 낙오자라는 열등감에서 해방되는 희열의 순간을 맞는다. 스스로 동기를 찾게 된 아이들은 어떤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질주한다. 횡단보도 신호등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 탁구 치는 소리, 호각 소리, 이불을 두들겨 말리는 소리에서 스윙의 리듬과 멜로디를 느끼면서 모처럼 살아있음을 느낀다.
타임지와 홍콩의 발달 심리학자는 학생들이 학업이나 숙제, 과외 활동, 부모의 기대로 얼마나 힘겨워하는지 알아볼 수 있는 설문지를 고안했다. 1)아이들은 매일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가 2)부모와 자녀 간에 학교과제로 자주 갈등을 빚는가 3)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학업 성취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가 4)부모는 아이가 최선을 다 했을 경우에도 아이의 성적에 불만을 표현 하는가 5)학교 수업을 배움의 기회로 생각하기 보다는 결과를 위한 수단으로 보는가 6)방과 후 자녀의 취미생활이 허락 되는가 7)자녀의 성적 하락이 예상되면 부모는 평소보다 더 불안해 지는가 8)자녀가 부모와 대화할 흥미를 잃었거나 평소보다 부끄러워하지는 않는가 9)아이가 특별한 원인 없는 두통, 복통, 짜증 부림 등의 신체 증상을 호소하지는 않는가 10)부모는 학업 성취도 뿐 아니라 아이의 심리적인 웰빙에도 관심을 기울이는가. 이 10가지 항목에서 1)그렇다 2)가끔 3)아니다로 점수를 매겨, 23점 이상이 나오면 자녀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태이므로 스트레스 요인을 찾아서 해소해 주어야 한다. 16~22점 사이라면 심하지는 않지만 열린 마음을 갖고 아이들을 지켜봐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연세대와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립 청소년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가 있다. 청소년들이 웹과 정보기획, 영상, 대중음악, 생활디자인 등 다양한 직업적 경험을 할 수 있는 배움의 시설인 이 곳은 학교 성적에 따라 아이의 가치를 판단하지 않고 적성과 잠재능력에 따라 아이의 미래를 펼쳐주는 소중한 공간이다. 고리타분한 가치관으로 아이들에게 어리석은 주문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아이들은 알고 있다.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강요하는 공부는 부모의 신분상승에 대한 억압된 욕망의 표상이라는 것을.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