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엔씨소프트' 판결과 개인정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사회적 문제가 된 온라인 게임 회사 '엔씨소프트'에 대해 법원이 회사 측의 과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인터넷상의 개인정보 유출이 늘어나고, 유출 업체는 사안을 대수롭잖게 여기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풍토에서 이번 판결은 엄중한 경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서울중앙지법은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게임 '리니지2'의 개인정보 유출사건과 관련, 원고 5명에게 각각 50만 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04년 리니지2를 업데이트하면서 사용자의 '로그파일'을 암호화하지 않아 게임에 접속한 이용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노출해 제소됐다. 엔씨소프트는 정보가 노출된 사람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것이 없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다수의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게임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는 업체는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주의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 유출만으로도 개인정보 유출이 된다고 밝힌 것이다.

법원이 이처럼 개인정보 유출을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소송이 진행 중인 엔씨소프트의 명의 도용 사건과 국민은행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엔씨소프트 명의 도용 사건은 피해자가 100만 명이 넘는 초대형 사건으로 소송에 가담한 사람만도 8천500여 명이나 된다. 판결 결과에 따라서 회사 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3만여 명의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주소까지 공개된 국민은행 사건도 적지 않은 타격을 예상해야 할 상황이 됐다.

즐거운 인터넷 이용과 건실한 신용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명성이 부끄러울 정도로 개인정보 관리와 보안에 허술하고 무책임했던 관행을 이번 판결을 계기로 완전히 불식해야 한다. 정부는 제도적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이와 함께 회사와 기관들은 필요치도 않은 다중의 개인정보를 무작정 챙겨 놓으려는 잘못된 관행을 버려야 하고, 이용자는 이용자대로 개인정보를 제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에만 제공하는 자기 관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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