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서명수 기자의 니 하오! 중국] (19)노동절과 농민공

중국은 지금 '노동절'을 맞아 일주일간의 '황금연휴'를 즐기고 있다.

국내외 여행객들이 급증하면서 여행상품 가격은 30~50% 이상 올랐고 기차표나 호텔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시내 관광길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베이징의 최대 볼거리 중의 하나인 자금성(故宮)은 입장객 수를 제한하는 안전대책까지 마련할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오죽했으면 '황금연휴 때는 집에서 쉬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까지 나왔을까.

이처럼 노동절은 춘지에(春節·설날), 궈칭지에(國慶節)와 더불어 중국의 3대 황금연휴로 자리 잡았다. 중국인들이 춘절에 주로 고향이나 친지를 찾아 귀성한다면, 노동절과 궈칭지에 때는 국내외 여행을 통해 엄청난 소비행태를 과시한다.

무엇보다 올해 노동절 연휴는 농민공(農民工·농촌 출신 도시 임시노동자)들에게 각별할 것 같다. 지난달 30일 열린 '노동절 전야 경축식'에서부터 농민공에 대한 대우가 달라졌다. 표창을 받은 '농민공'의 숫자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1명에서 18명으로 늘어났다. 도시 호구(戶口)가 없다는 이유로 각종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농민공들의 점증하는 불만을 감안한 배려다.

사실 '농민공 문제'는 중국 정부의 골치 아픈 현안 중의 하나다. 3월 열린 전인대(전국인민대표자회의)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을 중국 정부의 당면과제로 제시하면서 농민공 문제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도 함께 연구되고 있다. '농민공' 문제를 농촌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다. 이에 따라 국무원은 "농민공 문제 해결은 중국식 사회주의 건설의 전략적 과제"라고 지적하면서 4월 '농민공 실태조사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평균 나이 28.6세. 중졸 이하의 학력. 매일 11시간·한 달 26일 노동, 한 달 평균 800위안(1위안=125원)의 수입. 이것이 중국 정부가 밝힌 농민공들의 모습이다.

농민공의 숫자는 1억2천만 명 안팎. 이 중 여성 비율은 33.7%에 이른다. 농민공의 70% 이상이 800위안 이하를 받고 있었고 47.8%는 제때에 임금을 받지도 못한다. 이들은 대도시 건설현장 인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등 제조업 종사자의 57.6%, 3차산업의 52%를 담당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저임노동력'의 실체는 바로 이들이다. 중국경제는 농민과 이들 농민공의 희생 위에 세워진 셈이다. 저임 메리트가 사라지면 중국 경제의 성장이 무뎌질 수도 있다.

노동절인 1일 오후, 휴일 나들이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한 무리의 노동자들이 대형 건설현장에서 밀물처럼 빠져나오는 것이 보였다. 농민공들이었다. 이들에게는 노동절이 없다. '황금연휴'는 그림의 떡이다.

'휴일경제'를 통해 부자들 지갑을 열어 소비를 촉진, 경제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경제논리는 농민공을 더욱 소외시키고 있다. 농민공 문제는 중국 경제의 그림자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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