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길거리 먹을거리> 대구시민의 입맛은?

1천 원짜리 지폐 한두 장으로 즐기는 간단한 즉석 요깃거리. 이는 길거리 음식만이 가진 장점이다. 이 길거리음식이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주된 음식 종류만 해도 10여 가지. 이 같은 변화에 따라 대구도심도 맛있는 거리로 변했다.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대구의 길거리 맛은 어떤 것일까.

◆길거리음식 3대 천왕

매운 양념오뎅, 일곱 가지 맛 생과일 주스, 불타는 닭꼬치. 대구도심 길거리음식의 3대 천왕이다. 바쁜 시간에는 줄을 설 정도로 손님들이 몰리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일수록 메뉴에 빠지지 않는다.

대구백화점 건물 반대편에 위치한 양념오뎅 포장마차. 지난 12일 오후 동성로 축제 기간이어서인지 발디딜 틈이 없다. 오뎅을 절반으로 썰어 두 개에 500원을 받기 때문에 싸게 먹는 재미가 있다. 매운탕 국물에 오뎅을 넣은 데다 양념마저 매워 곳곳에서 재밌는 표정을 지으며 먹는다.

일곱 가지 맛 생과일 주스도 여름철에는 단연 인기. 일곱 가지 제철 과일을 준비해 두기 때문에 오가는 사람들이 즉석에서 손쉽게 마실 수 있다. 한 곳에서 평일에는 200∼300잔, 주말에는 500잔까지 팔릴 정도. 4년째 생과일 주스를 팔고 있는 김진주(42·여) 씨는 "4월부터 9월까지가 가장 잘 팔린다."며 "신선한 과일이 맛의 생명"이라고 했다.

이글이글 불판에서 익힌 고기에 양념 고추장을 앞뒤로 살짝 바른 닭꼬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길거리음식으론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닭꼬치는 2, 3년 전부터 다양한 맛으로 신세대들을 공략하고 있다. 장기영(46·대구시 중구 동인동) 씨는 "점심을 많이 먹었는 데도 동성로에만 나오면 닭꼬치를 하나씩 먹는다."며 "가벼운 간식거리로는 이만한 게 없다."고 했다.

◆야채 즉석어묵 '길거리 히트상품'

어묵반죽에다 각종 야채 및 햄, 떡, 맛살 등을 넣어 만든 '야채 즉석어묵'은 지난해부터 길거리 히트상품으로 급부상했다.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 노점상들은 10여 곳으로 늘어났으며 원조논쟁까지 일 정도로 인기다. 원조논쟁의 주인공은 중앙파출소 뒤편에서 4년째 야채 어묵을 팔고 있는 권칠성(46) 씨와 중앙로 농협 뒤편의 정재수(59)·방신숙(58) 씨 부부.

권 씨는 파, 당근, 깻잎, 고구마, 양파, 청양고추, 마늘 등 일곱 가지 각종 야채를 섞어넣고 1천 원짜리 한 종류만 팔았던 그야말로 전국 최초 야채 즉석어묵 원조라고 주장한다. 반면 정 씨 부부는 "권 씨가 조금 일찍 시작한 건 사실이지만 중간에 쉬기도 했으며 500원, 700원짜리 등 다양한 종류의 맛을 개발해 낸 건 우리가 먼저"라고 했다.

야채어묵은 이런 논쟁을 타고 지금은 삼덕지구대, 밀리오레, 덕산빌딩 인근 등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경북 구미시 인동장 야채어묵집은 하루 270kg의 반죽을 파는 등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루 꼭 2개씩 먹는다는 김칠수(34·대구시 중구 남산동) 씨는 "노점상마다 독특한 맛이 나지만 어딜 가나 그럭저럭 먹을만한 히트 상품"이라며 "어묵 자체가 길거리음식으로 적합한 데다 각종 야채를 넣어 갓 튀긴 걸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좋아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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