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격투기

프로씨름이 대기업의 팀 해체와 TV방송사의 중계 지원 중단으로 와해 상태에 빠지자 천하장사 최홍만이 새 활로로 선택한 것이 이종격투기 K-1이다. 한국의 전통 씨름과 프로 이종격투기는 기본 성격이 판이해서 최홍만이 K-1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다. 그러나 최홍만은 지난해 3월 K-1 월드그랑프리 서울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일본 스모 챔피언 출신 아케보노를 TKO로 누르고 결승에서 최홍만은 태국 무에타이 출신 카오클라이 카엔노르싱을 꺾은 것이다. 여세를 몰아 지난해 9월 최홍만은 미식축구 출신으로 '야수'로 불리는 밥 셉과 일전을 벌여 예상을 깨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케이블 TV로 중계된 이 경기 시청률 15.7%는 케이블'위성 채널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연말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챔피언 레미 본야스키와 최홍만이 맞붙은 8강전 시청률은 무려 22.7%. 공중파 방송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K-1이 지난날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프로 복싱'프로 레슬링이 퇴조한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는 것이다. 이종격투기 인터넷 카페가 수천 개가 넘고 초등학생들도 레미 본야스키, 세미 슐트, 피터 아츠, 무사시 등 '슈퍼 파이터'들을 줄줄 꿸 정도다.

○…-1은 영화 '바람의 파이터' 주인공인 전설적 싸움꾼 재일동포 최영의가 창시한 극진가라테 계열인 정도회관이 중심이 돼 1993년 시작됐다. 가라테'킥복싱'쿵푸'권법 등 종목에 관계없이 입식 타격기는 모두 모여 누가 강한지 승부를 겨루자는 것이다. 오는 6월 3일 최홍만이 K-1 아시아 그랑프리 서울대회에서 지난해 챔피언 세미 슐트와 회심의 한판 승부를 벌이기로 예정돼 있어 K-1의 인기는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K-1은 일본의 사무라이 근성과 특유의 상술로 만들어낸 엔터테인먼트 상품이다. 한국에는 이종격투기가 아닌 단일 종목으로서의 격투기가 있다. 태권도 합기도와 같이 심신수련을 목적으로 하는 전통 격투기다. 오는 28일 계명대 체육관에서 대구시격투기협회(회장 안재홍)가 개최하는 제1회 전국 아마추어 격투기 대회는 순수 스포츠 격투기의 발전 가능성을 엿볼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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