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독일월드컵에 나서는 잉글랜드와 스웨덴의 관계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강호 잉글랜드가 스웨덴에 37년간 한 번도 이기지 못했고 4년전에도 그러한 전철을 되밟았으며 스웨덴 출신의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이 잉글랜드를 이끌고 이번에는 고국 팀을 기필코 이기려 한다는 사실 말이다.
모든 팀들이 넘어서길 갈망하는 브라질은 자신에게 유난히 쓰라린 패배를 안겨준 프랑스를 잊지 못한다. 브라질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에서 프랑스에 충격적인 0대3 패배를 당했는데 브라질에게 그같은 점수 차로 이긴 팀은 일찌기 없었다. 이와 관련, 최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독일월드컵 결승에서 브라질이 프랑스와 재대결해 우승하고 싶다면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게 브라질 입장에서는 프랑스에 되갚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농담을 했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또 조별 예선에서 80년대 브라질 대표로 뛰었던 지코 감독의 일본과 만나게 됐다. 지코 감독은 16강 진출을 열망하는 일본 국민들의 염원을 어깨에 짊어졌지만 공교롭게 자신의 조국이 너무나 거대한 벽으로 가로막고 있다. 일본은 다른 하나의 인연과도 연결되는데 숙적인 한국의 놀라운 4강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도 의식해야 한다. 명예 한국 국민이자 호주 대표팀을 이끄는 히딩크 감독은 한국민의 성원을 업고 한국과 호주를 위해 일본을 꺾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독일 대표팀의 기둥인 미로슬로프 클로제와 신성 루카스 포돌스키는 폴란드 출신으로 조별 예선에서 폴란드와 맞부딪히는 운명의 장난에 놀아나게 됐다. 더군다나 공격수인 이들은 폴란드의 골문에 골을 넣어야 되는데 위르겐 클린스만 독일 감독의 폴란드 전 선수 기용과 경기 결과에 따른 폴란드 국민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포르투갈은 과거 식민지였던 앙골라와 독일월드컵 D조에서 만나게 됐고 역시 과거 식민지였지만 축구 대국인 브라질 출신의 스콜라리 감독과 데코를 대표팀 멤버로 두고 있다.
월드컵이 만들어내는 기이한 인연은 과거에도 있어왔다. 과거 식민지 출신 선수들과 이방인 출신들이 많은 프랑스 대표팀은 2002년 월드컵 개막전에서 과거 식민지였던 세네갈에 예기치 않게 0대1로 패배했는데 프랑스 대표팀의 세네갈 출신 파트릭 비에이라는 복잡다단한 심정을 쓸어내렸다. 한국은 1998년 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0대5로 대패한 후 대패를 안겼던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했고 히딩크 감독은 보답이라도 하듯 한국을 2002년 월드컵대회 4강으로 끌어올렸다. 한국이 4강을 향해 나아가자 대패 당시의 한국팀 감독이었던 차범근씨는 방송 해설을 하며 크게 기뻐했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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