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던 고건(高建) 전 총리가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고 전 총리 측은 7월 중 '희망한국국민연대'라는 이름의 단체를 설립해 중도실용주의 개혁세력의 폭넓은 연대와 통합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2일 밝혔다.
민주당 출신 전직 의원을 포함해 사회 각 분야의 명망가 2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할 예정인 이 단체에서 고 전 총리는 유력한 경제분야 관련 인사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는 대변인까지 임명하는 등 사실상 정당조직과 비슷한 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고 전 총리가 중심이 된 단체 출범 발표를 지금껏 숨겨왔던 대권플랜의 첫 단계인 공식적인 정치활동 선언으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고 전 총리는 7, 8개월 전부터 이 단체 발족을 준비해왔고, 최적의 발표시점을 기다려왔다는 후문이다.
특히 이 단체 발족 작업에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현직 의원들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의 잇단 '러브콜'에 대해 미동조차 없었던 고 전 총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된 것은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난 5·31 지방선거 결과가 고 전 총리에게 상당히 유리한 상황과 여건을 제공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당 내부에선 차기 대선구도를 '한나라당 대 반(反)한나라당'으로 가져가자는 원칙 아래 우리당-민주당-고건으로 이어지는 '3자 연대'를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당차원의 선거개입은 없다."고 못박은 고 전 총리를 앞세워 상당한 성공을 거둔 민주당도 고 전 총리를 대권후보로 영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확실한 대권주자들이 경쟁을 펴고 있는 한나라당 내부에서조차 고 전 총리에게 문호를 개방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이에 따라 고 전 총리는 자신의 정치적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당 및 민주당, 한나라당과 등거리를 유지하면서 향후 촉발될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중도실용주의 개혁세력의 연대'라는 카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선거에 패배한 우리당 내부에서 패인을 둘러싼 노선투쟁이 촉발되고, 혼란이 가중될 경우 우리당 내 일부 세력이 탈당해 고 전 총리 주변으로 모여드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당 내에는 안영근(安泳根) 의원을 포함해 적게는 2, 3명, 많게는 30명가량의 의원이 고 전 총리에게 우호적인 세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에 대해 안영근 의원은 "이 단체는 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주도적으로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당 의원들이) 탈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고 전 총리가 주도하는 이 단체가 정당이 아닌 만큼 우리당과 민주당 내 우호세력이 당적을 유지한 상태에서 단체활동에 참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고 전 총리의 움직임이 실제로 여야 정치권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당장 정계개편론의 진원지인 우리당의 경우 당의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역설적으로 구심력이 강화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단기필마'에 가까운 고 전 총리가 몸집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벤처'에 가까운 '고건 대권호'에 당장 올라탈 의원들은 없는 탓이다.
재야파 소속의 한 의원은 "고 전 총리는 시대정신이 없기 때문에 예전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세력보다도 안될 것"이라며 "큰 파괴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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