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은 '철의 날'이다. 현대식 용광로에서 처음 쇳물이 생산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고 한다. 한국철강협회는 이 역사적인 날을 전후해 각종 행사를 열어 철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올해도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수변공원에서 '철의 날 기념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는 등 이달 초순까지 철강사진공모전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돼 있다.
그러나 매년 철의 날이 돌아오면 포항시민들은 속이 영 편치 않다. 한국 산업의 새 장을 연 현대식 용광로에서의 첫 쇳물이 쏟아진 곳은 포스코 포항제철소인데 기념행사는 대부분 서울에서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철의 날 기념 마라톤대회' 개최지도 지금까지 서울이다. 한국철강협회는 올 대회에 이구택 포스코 회장과 현대제철, 세아제강,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회사 임직원과 가족, 일반시민 등 4천600여명이 몰려 뜨거운 열기를 과시했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물론 협회가 각종 기념행사를 어디에서 하든 그 결정은 협회의 권리다. 그러나 '현대식 용광로에서 첫 쇳물이 생산된 날'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면좀 더 생각할 부분이 있다. 철강의 날을 전후 포항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한두 개라도 열렸으면 하는 것이다. '간 고등어'하면 안동이듯이 '철의 도시'하면 포항이 아닌가.
서울 마라톤 대회장에서 체육복 차림으로 서울시민들과 함께 한 포스코 회장과 현대제철, 세아제강, 동국제강 등 포항에 본사 또는 생산공장을 둔 국내 굴지의 철강업체 경영책임자들에게도 묻고 싶다. 언제 한번 포항시민들과 그같이 편안한 모습으로 함께 한 사실이 있는지 말이다. 더욱이 이들 회사들은 입만 열면 '지역과 함께 하는 기업'이라고들 해오지 않았던가. 서울 사람 말대로 서울을 제외하고는 모두 '시골'이기 때문에 애써 외면한 것이나 아닌지, 그저 씁쓸할 뿐이다. 포항을 모태로 성장한 철강업체가 포항에서 쇳물이 처음 나온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지 않겠다면, 포항시와 시민이라도 나서서 조촐한 자체 기념 행사라도 갖자. '철의 도시 포항' 자존심에 관한 문제 아닌가.
포항.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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