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업은 "이제 시작이다"…직장인 스터디 시대

한때 학생이나 취업 준비생의 '전매특허'로 여겨졌던 스터디 문화에 직장인들이 뛰어들고 있다. 바쁜 와중에도 이들은 학생 못지않은 열정을 뿜어낸다. 직장인 스터디 문화는 주 5일 근무제가 시작된 이후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들은 말한다. "너희들은 주말에 노니? 나는 미래를 위해 공부한다."라고.

공무원 이진현(28·대구 달서구 대곡동) 씨에게는 매주 토요일이 공부하는 날이다. 토요일 오전엔 영어 학원에서, 오후엔 '스터디'에서 시간을 보낸다.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된 뒤 '놀토'를 누리는 사람들에겐 왠지 생소한 모습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단호하다. 이씨는 "공무원이라고 그냥 현재에 안주하는 시대는 갔다."고 잘라 말한다.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과 함께 개인적으로도 지적호기심이 많아 꾸준히 자기계발을 해나가고 있는 것. 이씨는 "주변 동료들 가운데도 스터디를 하거나 학원을 다니며 공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이씨가 참가하는 스터디는 '재테크를 위한 모임'. 평소 경제학 쪽에 관심이 많았던 이씨는 인터넷 동호회 검색을 하다 지금의 스터디에 가입하게 되었다. 현재 스터디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8명 정도. 대학생과 직장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모이면 토요일 오후가 훌쩍 가기 일쑤다. 이씨는 "혼자 공부하는 것 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다보면 자극도 많이 되고 집중도 잘 된다."고 했다.

무엇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걸 익힌다. 이씨는 "일주일에 최소한 4, 5시간은 투자해 맡은 과제를 준비한다."고 전했다. 아직 스터디에 참가한 지 3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돈의 가치가 달라 보인단다. 이씨는 "스터디를 통해 결혼이나 훗날 개인 예산을 짜고 투자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이교형(38·대구 동구 효목동)씨도 지난 2004년 9월부터 지인 2명과 '부동산 스터디'를 하고 있다. 이씨가 스터디에 몸을 담는 건 예전과 달리 요즘은 직업 보장이 힘든 사회적 분위기 탓이다. 언제 회사를 그만둘지 모르는 상황에서 무언가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 이씨는 "부동산 투자를 위한 공부도 할 겸 나중을 대비해 공인중개사도 도전해 볼 요량으로 스터디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다양한 직장인 스터디 주제 가운데서도 요즘은 공무원이나 교사를 준비하는 스터디가 많은 편이다. 학원 강사 손 진(24·여·대구 동구 불로동)씨도 그런 경우. 3개월 전부터 교사임용시험을 위해 친구들과 뭉친 손씨는 "IMF 이후 공무원이나 교사가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혼자 공부하기가 힘들었다."고 스터디 배경을 설명했다. 직장을 다니는 와중에도 스터디를 위해 매일 5, 6시간을 투자할 만큼 열성을 보이는 손씨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직장인 스터디 문화가 활성화되었다."고 말했다.

스터디 장소로 인기를 얻고 있는 대구시 중구 동성로 '민들레영토' 김문덕 사장은 "스튜어디스가 되기 위한 모임도 있는 등 직장인들의 스터디 주제도 다양해졌다."며 "공무원을 준비하는 스터디가 주말에는 40~50개팀, 주중에는 20여개 팀 정도가 된다."고 전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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