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1-1 극적 무승부

박지성 동점골…

태극전사들이 세계 정상의 '아트 사커' 프랑스와 기적 같은 무승부를 일궈냈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 원정 경기와 다름없는 불리함을 극복한 천금같은 1대1 무승부였다.

후반 36분 박지성의 동점골이 터지는 순간 밤을 새워가며 '대~한민국'을 외치던 국민들의 가슴은 형언할 수 없는 환희로 붉게 타올랐다.

16강으로 가는 길이 여전히 안개 속에 있지만 경기 막판 짜릿한 동점골을 뽑아내 태극전사들의 자신감은 더욱 충만해졌다.

19일 새벽 2006독일월드컵 한국과 프랑스의 G조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라이프치히 월드컵경기장과 대구 두류공원, 대구월드컵경기장 등 한반도 전역은 붉은 물결로 요동쳤다. 목이 터져라 응원한 국민들은 전반 9분 프랑스 티에리 앙리에게 선제골을 내줘 가슴을 졸였으나 후반 36분 극적인 동점골에 환호했다.

1승1무(승점 4)가 된 한국은 프랑스(2무), 스위스(1무), 토고(1패)를 제치고 조 1위를 지켜 16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한국은 오는 24일 오전 4시 스위스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조 1위로 16강에 오르고, 19일 오후 10시 도르트문트에서 열리는 스위스-토고전 결과에 따라 최종전에서 스위스와 비기더라도 16강행이 가능하다.

이날 태극전사들은 라이프치히 경기장 한쪽을 점령한 붉은악마들의 함성 속에 결전에 나섰지만 긴장감을 극복하지 못해 초반부터 수세에 몰렸다.

뼈아픈 첫 실점은 전반 9분만에 나왔다. 프랑스 윌토르가 아크 정면에서 김남일을 앞에 놓고 오른발 슛을 날렸고 김남일의 발에 맞은 볼은 골지역 앞으로 흘렀다. 이 순간 앙리가 문전으로 흐른 볼을 낚아챈 뒤 왼발로 가볍게 슛을 때렸고 볼은 그물을 흔들었다.

이후에도 프랑스의 파상공세는 계속됐고 전반 32분 지단의 코너킥을 비에라가 헤딩으로 꽂았으나 이운재가 오른 무릎으로 네트에 빨려들던 볼을 간신히 막아냈다. 볼이 골문 안으로 들어간 것처럼 보였지만 심판은 골을 선언하지 않았다.

후반들어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을용을 빼고 설기현을 투입한데 이어 이호, 이천수 대신 김상식, 안정환을 내보내 동점골을 노렸다. '늙은' 프랑스는 '젊은' 태극전사들의 공세에 흔들리기 시작했고 후반 25분부터 주도권은 한국으로 넘어왔다.

거짓말과도 같은 동점골은 후반 36분 터져나왔다. 박지성은 아크 쪽으로 볼을 몰고가다 오른쪽 측면의 설기현에게 패스했고 설기현은 측면을 파고든 뒤 지체없이 크로스를 올렸다. 조재진이 이를 헤딩으로 문전에 떨궈주자 박지성이 골문으로 쇄도해 오른발 끝으로 건드렸고 볼은 프랑스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의 손끝을 살짝 맞고 유연한 곡선을 그리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라이프치히(독일)에서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